국책연구기관의 연구원이 정부 마음에 들지 않는 글을 기고했다고 해서 문책을 하는 등 정부의 연구통제가 도를 넘자 대표적인 국책연구원인 한국개발연구원이 연구결과에 대해 정부의 사전검열을 받지 않겠다고 선언했다고 한다.

국책연구기관에 대한 연구통제는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나 최근 이뤄진 일련의 통제는 그 정도가 지나쳤다는 점을 감안할 때 KDI 연구원들의 입장은 충분히 이해가 간다.

연구결과를 사전검열해 경제상황을 나쁘게 전망하는 경우 장미빛으로 수정을 요구하거나 정부정책에 대해 비판적인 연구결과는 아예 발표를 못하도록 했다고 하니 원구원들이 반발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더욱이 남북정상회담을 전후해 재경부장관은 공문까지 보내 남북관련 주제에 대해 연구원들의 기고나 방송출연을 금지시킨 것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처사다.

이번에 문제가 된 한국개발연구원외에도 최근들어 이뤄진 국책연구기관의 연구통제는 일일이 예를 들 수 없을 정도로 비일비재 하다.

특히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조정실장을 본지에 기고한 글을 문제삼아 직위해제시킨데 대해서는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없다.

국책연구원의 연구원이 의료계 파업으로 전국민이 고통을 받고 있을 때 전문가로서 이를 해결하기 위한 개인의견을 제시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그리고 그가 지적한대로 경직된 의료보험제도가 집단폐업의 빌미가 됐다는 점에 대해서는 대다수의 전문가들이 공감을 표시하고 있는 바다.

그런데도 그 내용이 정부에 불리하다고 문책까지 한다는 것은 정책실패로 의료대란이 벌어지고 있는데도 그렇지 않은 것처럼 호도하려는 속셈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

두말할 필요없이 국책연구기관의 존립목적은 정부가 보다 좋은 정책을 수립하도록 도움을 주는데 있다.

국책연구기관이 이러한 목적을 충실히 수행하기 위해서는 정부에 대한 칭찬보다는 합리적인 비판과 대안을 제시하는 것을 장려해야 한다.

이는 핵심자료에 대한 접근제한으로 민간연구소의 연구능력이 제한돼 있고 현안에 메달려 있는 공무원들에게 깊이 있는 연구를 기대할 수도 없다는 점을 감안할 때 더욱 절실하다.

물론 국책연구기관의 연구결과를 정책으로 채택할지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정부의 몫이다.

하지만 이들의 비판적인 연구 그 자체를 원천봉쇄해서는 안된다.

정부 각부처는 국책연구기관을 더이상 자기 정책을 합리화하기 위한 방편으로 활용할 생각은 버려야 한다.

정부의 들러리 역할이나 하는 국책연구기관을 위해 매년 수천억원의 세금을 쓰는데 동의할 국민은 아무도 없다는 점을 명심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