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오늘 2백24년째 독립기념일을 맞았다.

"미국"하면 맥도널드의 햄버거, 코카콜라의 코크, 리바이 슈트라우스의 청바지, 월트디즈니의 만화영화 등 제품을 떠올리게 된다.

하지만 이들 제품은 미국인들만의 것이 아니다.

영국의 비틀즈가 시공을 초월한 세계인의 음악가이고 일본의 스시나 한국의 김치가 이제 세계인의 먹거리이듯 이들은 미국을 초월한 세계적 공동선을 상징한다.

세계인은 이들 제품을 먹고 입고 즐기면서 인간으로서의 행복추구권, 합리주의, 개척정신, 사랑과 평화 등에 대한 염원을 표시한다.

개도국 사람들중에는 권위주의적 자국 정권에 대한 앙갚음으로서 맥도널드 햄버거를 먹으며 일말의 통쾌함까지 느끼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이에 비해 할리 데이비슨(Harley Davidson, Inc.) 오토바이는 미국인들 것이다.

할리 데이비슨을 욕함은 성조기에 침 뱉기와 같다는 말도 있다.

많은 미국인들이 할리에 붙은 "메이드 인 아메리카" 딱지에 뭉클함을 느낀다고 한다.

할리는 권위주의에 반발하는 반항아 기질과 터프 가이, 람보의 초인적 힘을 상징한다.

미국인들 마음속에 유럽제가 기민한 치타에 비유된다면 일본제는 개 또는 하이에나에 비유되고 할리는 심바, 사자에 비견된다.

할리는 또한 미국의 역사와 전통이 실제보다 오랜 것처럼 느껴지게 만드는 전설적 신비감까지 지니고 있다.

1970년대 할리는 "할리를 사려면 2대를 사야 한다. 한대는 타고 다른 한대는 부품을 빼 써야 하니까"라는 말을 들었다.

그 정도로 품질이 좋지 않았다.

반면에 이런 말들도 있다.

"난 할리를 밀고 다닐지언정, 혼다를 몰진 않겠다" "할리가 어디 월등한 제품이기 때문에 사는가? 가족의 일원임을 확인코자 사지" "야마하 문신 새긴 사람 봤어?" "이 스트레스 가득한 세상, 할리에서 해방감과 자립감을 느낀다" 등등.

한마디로 할리에겐 합리주의가 통하지 않는다.

특히 할리는 일본과의 경쟁에서 2류 국으로 밀릴 뻔했던 미국이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시절 세계 최강자로 재기하는 과정을 그대로 담고 있어 더 미국적이다.

1970년대 사경을 헤매다 80년대초 재기에 나서 85~87년 사이 정부의 수입오토바이에 대한 관세부과를 계기로 전열을 정비, 그이래 눈부시게 성장했다.

드디어 지난해에는 30여년만에 혼다를 제치고 미국 시장 1위 자리를 탈환했다.

지난해 7천2백여명 직원으로 매출 3조원, 순이익 3천2백억원 올렸다.

시가총액 14조원이다.

지난 14년간 주가가 1백배로(연평균 39% 상승) 뛰어 86년 1만달러 투자한 사람은 지금 백만장자가 됐다.

할리는 1901년 당시 21살이었던 윌리암 할리와 20살이었던 아서 데이비슨이 자전거를 갖고 이런 저런 실험을 하다 1903년 3대의 전동자전거를 만들어 판데서 시작됐다.

1차 대전 때 급성장했다가 대공황 시절 10분의 1로 폭삭했다.

30년대 후반의 경기회복과 40년대 초반 2차 대전 덕분에 다시금 종래 최고치의 3배로 성장했다.

그러나 50년대 경쟁심화와 60년대 "좋은 사람들"을 표방한 야마하의 공세로 쇠퇴기로 접어들어 69년 마침내 다른 회사에 흡수됐다.

그러던중 81년 할리 원로경영진의 기업매수를 통한 독립으로 황천길을 면했다.

그리고는 80년대 범국가적 克日운동 붐과 40대로 접어든 베이비부머들의 50년대로의 복고분위기에 편승, 90년대 중반에는 3년치나 주문이 밀렸다.

그러나 현재와 같은 고객기반과 이미지로는 창립 1백년인 2003년이 한계라는 우려도 없지 않다.

이에 일각에서는 이태리 최고급 스포츠바이크 메이커, 두카티모터를 인수할 것이란 관측도 내놓는다.

전문위원, shin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