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영 < 아주대 교수/환경도시공학부 >

"공공지의 비극"이라는 말이 있다.

임자없는 땅을 사람들이 이기적으로 무분별하게 사용하여 결국 황폐해지는 모럴 헤저드 현상을 일컫는 말이다.

우리는 주택가 모퉁이에 버려진 쓰레기 더미,공중화장실,샛강 오염 등에서 이러한 사례를 흔히 찾아 볼 수 있다.

최근 사회적으로 크게 이슈화되고 있는 용인 고양 등지의 수도권 난개발 문제는 개인이익에만 치우친 무질서한 개발이 낳은 부작용이란 점에서 이와 크게 다를 바 없다.

특히 난개발의 주범으로 지적되고 있는 준농림지의 개발은 세수확대를 통해 재정수입을 늘리려는 지방자치단체,기득권을 지키려는 땅주인 그리고 이윤 극대화를 추구하는 민간건설업체 간의 이해가 맞물려 빚어낸 결과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로 인한 피해는 결국 주민들에게 돌아간다.

난개발에 대해 정부는 지난달 "국토 난개발 방지 종합대책"을 내놓았다.

준농림지제도를 없애고 전 국토를 도시구역 유보구역 보전구역 등 3개 구역으로 분류,유보지역내의 개발은 현재의 준농림지역과 같이 제한행위만을 열거하는 방식이 아니라 개발을 선별적으로 허용하는 선진국형 개발허가제를 도입한다는 내용이다.

이것은 그동안 느슨해 왔던 토지개발 정책의 일대 전환이라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을 만 하다.

그러나 실현 가능한 구체적인 대안없이 인허가 위주의 규제나 제한에 그친다면 앞으로 계속 늘어날 개발수요에 어떻게 부응할 것인가.

90년대 초까지는 5개 신도시 개발이 수도권의 택지공급원이었다.

그 이후는 아이러니컬하게도 공공부문의 역할이 감소됨에 따라 난개발지 자체가 주요 택지공급원이었다.

이제 준농림지를 폐지하면 주택공급 물량이 축소될 것이다.

당연히 주택가격이 들먹일 것이다.

또 삼십여년 동안 엄격한 보존의 틀 속에 묶여 있던 그린벨트에 최근 개발의 무게가 실리고 있다.

개발의 방향이 분명히 서지 않으면 준농림지와 같이 마구 파헤쳐 질 개연성이 있다.

게다가 도시개발법의 개정으로 토지개발에 있어서 민간부문의 역할이 증대될 것이다.

그렇다면 앞으로 수도권 일원의 점증하는 개발수요에 맞춰 어떠한 형태로든 계속적인 개발은 불가피 한 것이기에 이에 대한 원칙과 대안에 대해 논의할 필요가 있다.

이미 "선계획.후개발"의 원칙에 대한 공감대는 형성되었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지방자치단체별로 지속 가능한 도시의 장기 개발계획이 수립돼야 하고,이에 따라 지방 및 중앙심의는 객관적이고 투명한 기준을 마련해 자의적 행정을 없애도록 해야 할 것이다.

법이나 도시계획은 최소한의 수단이며,토지개발의 사안이 다양한 만큼 "심의기능"을 강화해야 한다.

또 교통망 학교 공공시설 등 각종 기반시설은 계획단계에서부터 사전에 충분히 고려하여야 하며,환경 등 각종 영향평가도 형식에 치우쳐서는 안된다.

나는 아직 우리의 도시개발 제도가 성숙하지 못한 점을 고려하여 민간개발보다 "공영개발"을 확대시켜야 한다고 믿는다.

물이 흘러 넘치면 난개발이 된다.

그 전에 물꼬를 만들어 주어야 한다.

지금이라도 정부 주도의 신도시개발이 필요하다.

신도시란 "계획적 토지개발"을 뜻한다.

규모는 다양할 것이다.

민간의 역할은 큰 틀의 계획 범위내에서 수용토록 한다.

우리는 행정이나 시민단체도 대규모 공영개발에는 지극히 엄격하면서도 소규모 개발에 대해서는 관대해 온 것이 사실이었다.

이러한 제도적 허점이 지금의 난개발과 무임승차 문제를 스스로 조장해 왔다.

토지개발은 공공사업이다.

개발이익은 환수돼야 하며 개발로 인해 야기되는 환경 교통 등 사회적 비용에 대해서는 대가를 치르게 해야한다.

이를 위해서는 "시설부담금"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

분당 일산 평촌 등 수도권 신도시는 우리시대의 성공작이었다고 할 수는 없으나 난개발이라고 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다소 많은 비용을 지불하고서도 그곳에 입주하기를 선호하는 이유는 수십만평에 달하는 공원을 비롯,지하철 등 각종 기반시설과 생활편익시설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영국 등 유럽 선진국의 경우 도시계획을 수립하는데 십여년이 걸린다.

실제 도시개발사업의 완료까지는 계획에서부터 수십년이 소요되었다는 점은 고질병인 난개발 치료를 위해 이제 막 메스를 꺼내 든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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