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정상회담후 "북풍"이 유행하면서 북한문화 유입도 봇물을 이루고 있다.

영화 "불가사리"가 북한영화로는 분단이후 처음으로 극장에 걸릴 예정이고 지난해 선보였던 북한 애니메이션도 새롭게 조명받고 있다.

인터넷에서는 북한 만화 코너도 "영업개시"를 눈앞에 두고 있다.

온라인 만화 제공 업체인 인터넷 만화방(www.manwha.co.kr)은 관련부처와의 협의가 끝나는 대로 북한 만화를 올릴 예정.박지현 팀장은 "현재 10여종의 북한만화를 보유하고 있으며 허가가 당장 나지 않을 경우 남북한 합작 만화부터 서비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북한 영화,애니메이션,만화등을 7백여종 이상 구비한 통일원 북한자료센터(광화문 우체국 6층)를 찾는 사람도 부쩍 늘었다.

"정상회담 이전에는 하루 평균 20~30명선에 머물던 방문객수가 회담 이후 50~60명에 달한다"고 시청각교육실의 김영남씨는 전한다.

"한국만화통사"(시공사)를 펴낸 손상익 한국만화문화연구원장에 따르면 북한 만화는 리얼리즘 기법에 입각한 사실적인 그림체가 대부분이다.

내용은 주체사상이나 계급투쟁의식 고취가 주를 이뤄 세련된 맛이나 재미를 찾기 힘들다.

하지만 금강산 일대의 민간설화를 각색한 어린이용 만화 "이쁜이와 천계화"나 기생충 구제를 역설한 "파멸된 기생충 부대"처럼 이념을 배제한 순수한 작품도 간혹 보인다.

애니메이션은 전혀 다르다.

이념보다는 고전을 소재로 권선징악을 강조하는 작품이 압도적이다.

북한자료센터의 송승섭씨는 "국가계획하에 운영되는 북한사회에서는 오락거리가 마땅치 않아 만화영화를 오락으로 제공하고 인민의 교양을 높이는 도구로 보는 경향이 강하다"며 "이데올로기나 당성을 선전하기보다는 계몽적이고 교훈적인 주제가 많다"고 설명한다.

가장 많이 알려진 "령리한 너구리"(87년)는 귀여운 너구리와 그 친구들이 여러가지 과제에 도전하며 재간을 겨루는 내용."산수를 잘해야 대포를 잘 쏠수 있다"며 어린이들의 산수공부를 독려하는 장면이 재미있다.

"소년장수"(86년)는 고구려를 무대로 몽고군을 물리치는 소년장수의 활약을 박진감 넘치게 그렸다.

"호동왕자와 락랑공주""토끼와 거북이"등도 고전을 줄거리로 만든 작품들이다.

수준도 꽤 높은 편.70년대이후 미국 일본 만화영화의 하청작업을 많이 해온데다 국가적으로 애니메이션 산업을 별도로 육성한 덕이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북한 만화영화는 보통 한장면당 24컷을 사용해 16컷을 사용하는 우리나라 작품보다 동작이 상당히 부드럽다고.등장인물도 날렵하고 길쭉길쭉한 서구적인 얼굴의 우리 작품에 비해 둥글둥글하고 눈썹이 짙어 동양적인 느낌이 강하다.

북한자료센터는 누구나 예약없이 이용할 수 있으며 열람 시간은 오전 9시부터 6시까지다.

(02)730-6658

김혜수 기자 dear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