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약재 가운데 감초만큼 두루쓰이는 것도 없다.

감초는 약효가 뛰어날 뿐 아니라 다른 약들과 배합이 잘 되고 중화작용을 하므로 약을 지으면 빠지는 경우가 드물다.

어느 자리에나 빠짐없이 끼어드는 사람을 "약방의 감초" "약재에 감초" "탕약에 감초"라고 부르는 속담도 그런데서 생겼다.

우리는 보통 탕약의 쓴 맛을 없애 주는 것이 감초라고 알고 있지만 "동의보감"등 한방서에 따르면 감초는 비장과 폐를 보호해주는 약이다.

기침을 멈추게 하고 해열 해독에도 뛰어난 효험을 보이며 새살을 돋게 하는데도 특효가 있다고 한다.

한방에서 감초를 "약초중의 으뜸"으로 꼽는 것도 그 때문이다.

콩과의 여러해살이 풀인 감초는 중국의 내몽고지역을 비롯한 사막지대와 스페인등 유럽지역,이란 이라크 중동지역에 분포돼 있다.

일반적으로 만주감초와 유럽감초로 구분하는데 그 중 한약재로 쓰이는 것은 만주감초다.

우리나라에서는 지금 1년에 약5천t(1백20억원 상당)이나 되는 감초를 한약재나 식품원료로 쓰고 있으나 물량전체를 중국에서 수입해 쓴다.

국내산 감초는 전혀 없다.

기후와 토양이 감초에 맞지 않는 탓이다.

세종때 중국에서 감초를 들여다가 함경도와 전라도에서 시험재배했다는 기록은 남아 있지만 연산조이후에는 감초를 재배했다는 기록이 전혀 나오지 않는다.

재배에 실패했다는 증거다.

75년초 종묘상이 유럽감초를 들여다가 재배했으나 중국감초의 경쟁력에 밀려 실패했다.

그 무렵 또 다른 묘목전문상이 몽고에서 감초를 다시 들여와 2만여평의 땅에 심었으나 겨우 싻만 틔였을 뿐 역시 실패하고 말았다.

하지만 북한에서는 일찍부터 어느곳에서나 감초재배를 하고 있다니 우리라고 전혀 불가능한 일은 아닌것 같다.

단지 아무도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을 뿐이다.

농촌진흥청의 약초연구진이 2년전 중국 감초종자를 수집해 재배연구를 거듭한 끝에 이달초 1m쯤 자란 감초가 처음 꽃을 피웠다는 반가운 소식이다.

곧 열매를 맺을 것이고 우리 기후와 토양에 맞는 종자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감초가 농민들의 새 소득작물로 각광을 받을 날이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