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he Economist 본사독점전재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집권한지 3개월이 지났다.

전 국가안보위원회(KGB)요원인 푸틴은 러시아 영토내 자치공화국들의 고삐를 바짝 당기며 호전적인 모습을 드러내고있다.

지난해부터 2차 교전중인 체첸에 대해서도 강경한 태도를 누그러뜨리지 않는다.

이 "반란국"은 그의 집권하에서 더욱 초토화됐다.

푸틴은 또 새 정부를 비판하는 언론과 저널리스트들을 위협한다.

최근에는 러시아 유일의 독립 전국방송을 가지고있는 블라디미르 구신스키를 횡령혐의를 씌워 체포했다가 몇일만에 풀어줬다.

푸틴 대통령은 구신스키체포 관련설을 일축했으나 러시아 전국은 푸틴이 반대세력의 침묵을 원한다고 믿게됐다.

물론 푸틴의 집권으로 모든 게 나빠진 것은 아니다.

고집장이 보리스 엘친이 8년간 집권했던 러시아는 국가의 방향 규율 자긍심을 회복시켜줄 명쾌한 새 지도자가 필요하다.

푸틴은 엘친과 달리 의회의 지지를 받고있다.

경제개혁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새 정부가 의회의 지지를 받아 경제개혁을 추진할 수 있을 것으로 믿고있다.

이미 소득세를 13% 감면하는 세금개정안이 의회를 통과했다.

러시아정부는 새법안이 수백만명의 세금기피자들을 정부의 세금망안으로 돌아오게할 것으로 기대하고있다.

교착상태에 빠졌던 미국과의 핵무기 감축 협상도 푸틴 집권후 진전기미를 보이고있다.

일부 푸틴지지자들은 이러한 긍정적인 조짐들과 함께 푸틴의 대내적 불관용 및 강경한 대외정책이 병행되는 것은 지금까지 피폐해지고 무시당해온 러시아를 부흥시키기 위해 불가피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전에 러시아는 자유시장을 감당할만한 법률체계를 마련하는 것이 우선이다.

푸틴은 앞서 국가의 막대한 부를 거머쥐고있는 세력가들을 손보겠다고 약속했다.

바람직한 해결책은 독립적인 사법부가 나서서 부정 부패 관련자들을 모두 기소하는 것이다.

그러나 푸틴은 아직 집권초기에 있기 때문에 그가 아무리 극적이라도 폭력배들을 동원하지 않는한 사회개혁을 추진하기는 쉽지않을 것이다.

구신스키는 선량한 피해자는 아니다.

그러나 그를 구속한 푸틴은 압제정치의 가능성을 드러냈다.

푸틴이 만약 구신스키대신 러시아 최고의 악랄한 부호로 알려진 보리스 베레조프스키를 구속했다면 이성적이고 고무적인 행동이라는 평가를 받았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푸틴의 조치들은 정의보다는 파워게임에 가까웠다.

구신스키 구속은 조심스럽게 움직여온 푸틴의 집권 3개월 경력에 최초로 커다란 오점을 남겼다.

러시아의 새 지도자가 전제군주인지 민주주의자인지,또는 줏대있는 사람인지 꼭두각시인지는 아직 확실치않다.

그의 집권을 도왔다는 배후의 거물들을 푸틴이 잘라내버릴지 오히려 그들과 결탁할지도 속단할 수 없다.

현재 푸틴 정부에는 경제개혁가 KGB요원 거물인사들이 섞여 어울리지 않는 장단을 만들고있다.

이틈에서 아웃사이더들이 설 자리는 마땅치 않다.

푸틴이 강한 정부를 위해 반대파를 청소하러 나서는 순간 러시아는 유럽연합에서 제명을 각오해야한다.

서방은 러시아의 독재정치를 눈감아주지 않을 것이다.

반대로 사법부가 법률의 힘을 보여준다면 러시아는 따뜻한 환영을 받을 것이다.

서방은 자치공화국들을 포함,러시아가 희망을 보여줄 때만 돈주머니를 열게 될 것이다.

정지영 기자 cool@hankyung.com

<英 이코노미스트 6월2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