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지난 2년간 한국의 규제개혁에 대한 경제협력개발기구( OECD )의 평가보고서가 발표됐다.

이 보고서는 OECD 회원국들이 경험했던 그 어떤 위기보다 심각한 경제위기를 겪었던 한국이 신속한 경제회복을 하는 데 있어서 규제개혁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그동안 국내에서도 제대로 인정받지 못했던 규제개혁의 성과가 국제기구에 의해 평가받았다는 것은 의미있는 일이다.

이 보고서는 또 한국의 개혁은 완성된 것이 아니며,여전히 취약한 측면이 많은 한국경제의 체질개선을 위해선 더 강도높고 효과적인 규제개혁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규제개혁도 다른 부문의 개혁과 마찬가지로 꾸준하게 추진돼야 성공할 수 있다.

개혁이 사회에 굳건한 뿌리를 내리지 못한 채 중도에 하차하게 되면,실패한 개혁때문에 오히려 국민들의 실망과 사회적 비용만 커지게 된다.

개혁의 수혜자인 다수 국민들은 개혁에 대한 정치적 지지를 직접적으로,또 강하게 표현하지 못한다.

그러나 개혁의 피해자가 될 수밖에 없는 소수의 이익집단이나 기득권세력들은 개혁에 강하게 저항하게 되어 정치적으로는 오히려 소수 반대자의 이익이 먼저 반영되곤 한다.

개혁에 은밀히 또는 강하게 저항하는 이들 반대세력에 대한 강력한 보루로서,규제개혁 초년도에 보여 준 대통령의 강력한 리더십이 요청된다.

최근 현 정부가 추진해온 지난 2년동안의 여러가지 개혁프로그램에 대해 국민들이 피로감을 느끼기 시작했다는 지적이 있다.

변화와 고통이 수반될 수밖에 없는 제도개혁에 대한 피로현상은,집행의 일관성 부족과 개혁성과에 대한 불신에서 비롯된다.

개혁의 효과가 국민들에게 실질적으로 체감되기까지엔 다소 시간이 지나야 하지만 변화에 따른 경제적 손실과 불편함은 즉각적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국민의 인내와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개혁프로그램을 잘 설명하고 또 효과적으로 추진해 나갈 수 있다는 확실한 신뢰를 주어야 한다.

개혁은 또 정부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민주적이고 효과적인 정부"는 효율적이고 경쟁력있는 시장의 전제조건이다.

정부가 공정,투명하지 못하고서야 어찌 시장이 제대로 기능하기를 바랄 수 있는가.

규제개혁의 집행능력 강화도 필요하다.

이론적으로야 어떻든 집행도 제대로 못하는 정부는 허약한 정부며, 허약한 정부는 좋은 정부가 못되기 때문이다.

규제개혁을 제대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규제개혁위원회의 역량을 총체적으로 강화해야 한다.

규제개혁위원회는 그동안 적은 인력과 예산으로 규제개혁작업의 선봉이 돼 왔다.

지난 2년동안의 규제개혁이 그런대로 좋은 성과를 거둔 이유는 정치 사회적 개혁환경도 좋았지만,사명감과 전문성을 가진 민간위원들과 학자들의 노력도 컸다고 할 수 있다.

앞으로의 규제개혁위원회는 공직자와 민간위원의 사명감에 과도하게 의존하지 않고도 잘 운영될 수 있는 자생력있는 기관으로 한 단계 도약해야 한다.

이를 위해 규제개혁위원회의 전문성과 집행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체제를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

OECD 보고서가 지적하고 있는 바와 같이 규제개혁위원회는 계속 시장 성과와 경쟁에 대한 결과를 강조하고,또 위원회의 권한이 조세와 기업지배구조 산업정책 등 시장지향적인 경쟁정책의 확립과 보호에 직접적으로 관련되는 여러 이슈들을 포함하도록 확대돼야 한다.

특히 21세기는 디지털시대인 만큼 정보와 지식의 적극적 활용과 정책아이디어의 창조적 개발이 국가발전의 원동력이 되고 있다.

산업화시대에 도입됐던 정부개입적이며 명령지시적인 정책과 제도로는 보다 수준높은 국가발전을 기대하기 어렵다.

규제개혁에 있어서도 정보화시대에 걸맞은 전문 싱크탱크와 싱크넷을 구축함으로써 개혁 역량을 강화해 나가야 한다.

규제개혁을 위한 OECD,APEC 등 국제기구와의 연대 및 공동협력을 강화해 나가는 것도 우리나라의 국제적 위상제고와 세계화 추진 차원에서 볼 때 바람직한 일이다.

각종 국제회의에서 규제개혁에 관한 우리의 노력과 경험을 개발도상국들에게 전수하고 선진국들과 함께 미래지향적 규제개혁의 전략과 지혜를 마련해 나가는 계획도 세웠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