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수께끼같은 휘발유값(Gasoline Price Mysteries)".

미국 유력 방송사인 NBC-TV가 최근 미 전역을 휩쓸고 있는 "유가대란"을 심층보도하면서 붙인 제목이다.

요즘 미국인들은 말그대로 "수수께끼"같은 휘발유값 폭등으로 인해 고통받고 있다.

미에너지부에 따르면 지난주 현재 미국의 보통 휘발유값은 갤런당 평균 1.681달러로 1년전에 비해 56센트나 뛰어올랐다.

1년새 꼭 50%나 치솟았다.

특히 일리노이 등지의 중서부지역 기름값은 그야말로 살인적이다.

갤런당 휘발유값이 2달러가 넘는다.

지난 두달사이에만 70센트가 올랐다.

중소형 승용차에 휘발유를 가득 채우는 비용이 30달러에 육박하게 됐다.

한국에 비하면 여전히 싼 편인데 무슨 소리냐고 하겠지만, 미국은 사정이 좀 다르다.

뉴욕이나 워싱턴 같은 극소수 대도시를 제외하고는 대중 교통수단이 전무하다시피 하다.

출퇴근이나 통학은 물론 동네 슈퍼마켓을 다녀오려 해도 자동차를 이용해야 하는 나라에서 두달새 휘발유값이 50%난 솟구쳤다면 이건 보통 문제가 아니다.

급기야 연방공정거래위원회(FTC)가 휘발유값 급등과 관련한 업계 담합혐의를 조사하겠다고 나섰다.

올가을 대통령선거를 비롯한 각급 선거를 앞두고 있는 정치권도 진상조사와 대책마련에 나섰다.

현재 논란의 초점은 갑작스런 휘발유값 급등의 원인이 무엇이냐다.

물론 국제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들의 산유량 감축으로 인한 국제 유가 상승이 1차 원인이다.

그러나 휘발유값이 갑자기 급등한데는 또다른 요인이 있다.

연방정부가 대기오염을 줄이기 위해 석유회사들로 하여금 휘발유 정제때 특수 공기청정시설의 설치를 의무화함에 따라 원가 부담이 높아졌기 때문이라는 게 업계 주장이다.

하지만 정부측 주장은 다르다.

석유회사들의 "장난"이 휘발유값 급등의 직접 요인이라는 것이다.

요즘 국제유가가 "천정"에 이른 것으로 판단한 석유업체들이 재고관리비용의 절감을 겸해 원유구입 규모를 크게 줄였고, 이로 인한 공급부족이 휘발유값의 단기급등으로 이어졌다는 주장이다.

누가 옳은지 알수가 없다.

정보의 투명성에서 둘째라면 서러워할 미국에서 "유가대란"의 원인은 수수께끼로 남아 있다.

뉴욕=이학영 특파원 hyrhee@earthlink.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