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실리콘밸리로 유명한 미국 새너제이 "e비즈니스 세미나"에서 UCLA의 윌리슨 경영대학원장으로부터 다음과 같은 얘기를 들었다.

경영학이란 학문은 여러 차례 수정작업을 거쳤음에도 불구하고 과거 대량생산 체제가 시작된 1930년대 성립한 생산 마케팅 재무 인사와 같은 기능별 체계를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그동안 우리 대학에선 21세기 사회에 필요한 경영학이 무엇인가를 검토한 끝에 기존 틀로부터 벗어나는 커리큘럼을 개발했습니다.

새로운 커리큘럼은 핵심분야 5개로 구성돼 있습니다.

첫째,기술( technology )입니다.

이제 공학기술,특히 컴퓨터 정보통신 유전자분야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이해하지 못하는 경영자는 생존할 수 없는 시대가 됐습니다.

둘째,기회( opportunity )입니다.

지금까지 우리들은 "기회"란 기업에 찾아오는 것으로서 이런 기회를 놓치지 않는 것이 경영자의 역할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기회는 경영자에게 찾아오는 것이 아니라,경영자가 찾아나서야 하고 찾아도 안 보이면 만들어내야 하는 것입니다.

경영자는 기회를 창조하는 사람입니다.

우리는 경영학 교과과정에 창조 능력을 함양할 수 있는 과목을 포함시키려고 합니다.

셋째, 자세( attitude )입니다.

경영자는 적극적인 자세로 기회를 능동적으로 찾아 나서야 합니다.

이와 동시에 경영자는 여러 사람과 팀워크를 이루어 협력하는 자세를 가져야 합니다.

또 전문적 능력을 가진 기업들로부터 도움을 받는,소위 아웃소싱 없이는 어느 기업도 경쟁력을 가질 수 없는 때가 됐습니다.

넷째,분석( analysis )입니다.

분석은 지난 1백년동안 경영대학원에서 가장 큰 비중을 두었던 내용입니다.

경영대학원 교과과정은 학생들에게 생산 마케팅 재무 인사 등 기능별로 현상을 분석하고 해답을 찾아내는 능력을 키우는 과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생산 마케팅과 같은 기능은 학자들이 현실세계에서 다양하게 이루어지는 경영활동을 임의로 구분한 것에 불과합니다.

우리는 경영자들이 복잡한 문제를 있는 그대로 이해하고 해답을 찾아내는 분석능력을 갖출 수 있도록 도와 주어야 합니다.

다섯번째 요소는 이런 네가지 요소를 잘 통합해 새로운 고객,새로운 서비스를 만들어내는 작업으로서 우리는 이를 스토리라인( storyline )이라고 부르기로 했습니다.

어느 학생이 탄 비행기 옆자리에 대규모 자금을 운용하는 창업투자회사 사장이 앉아 있다고 가정해 봅시다.

비행기를 내릴 때까지 남은 시간은 단 1시간.이 시간안에 우리 학생이라면 준비하고 있는 사업계획을 흥미진진하게 설명해 창투사 사장으로 하여금 솔깃하게 만들어야 합니다.

그래서 헤어지기 전에 그로부터 1천만달러를 투자하겠다는 언질을 받아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자신이 계획하는 사업을 어느 누구도 생각하지 못한 스토리라인으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우리 경영대학원은 이러한 다섯가지 요소를 중심으로 커리큘럼을 짜 미래를 꿈꾸는 학생들이 가장 오고 싶어하는 학교로 탈바꿈할 것입니다.

윌리슨 학장이 제시한 다섯가지 요소중 분석과 자세는 대부분의 경영대학이 그동안 가르쳐 온 내용이다.

물론 구체적 내용에 있어서는 큰 차이가 있다.

프로크러스테스의 침대같은 기능별 모델을 갖고 정형화된 경영문제를 분석하는 것이 아니라 통합적인 접근방법으로 현실에 접근한다든가,필요성은 모두 인정해 왔지만 본격적으로 접근하지 못했던 적극적이고 협력적인 자세를 교육과정에 포함시킨다는 것은 분명 새로운 시도다.

그러나 UCLA가 구상하는 새로운 교과과정 중 진정으로 획기적인 변화는 "기술""기획" 그리고 "스토리라인"이다.

그리고 바로 이 세가지 새로운 요소는 오늘날 미국 기업들이 변하고 있는 모습과,이러한 변화를 수용하고 앞서 가기 위한 대학사회의 피나는 노력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미국 기업사회의 변화는 바로 우리나라에서 일어나고 있는 현실이다.

인터넷혁명으로 국경선이 무너진 오늘날,한국 기업이 세계적인 기업을 피해서 숨을 수 있는 국내시장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이제 미국기업의 경영문제는 그대로 한국 경영자의 과제인 것이다.

마찬가지로 미국 경영대학의 고민은 바로 한국 경영대학이 극복해야 할 과제인 것이다.

UCLA가 자신만의 독특한 스토리라인을 만들었듯이,우리는 어떤 스토리라인을 만들 것인가 고민하면서 귀국길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