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홍상화

최형식은 씩씩 가쁜 숨을 내쉬며 앉아 있었다.

숨이 차서 그런 것이 아니라 화가 났기 때문이었다.

유부녀를 끌어내 재미를 보는정동현이라는 놈은 정말 죽여도 시원찮을 놈이지만 외간남자와 바람을 피우는 젊은 년은 씹어먹어도 시원찮을 것 같았다.

15분이 조금 지나자 황무석이 복도에 모습을나타냈다.

최형식에게로 다가왔다.

"아직 저곳에 있지?"

605호실을 가리키며 황무석이 속삭였다.

최형식이 고개를 끄덕였다.

황무석이 주머니에서 플래시가 부착된 일회용 사진기를 꺼냈다.

"조금 있다가 들어가서 년놈들을 찍어"

황무석이 일회용 사진기를 최형식에게 건네주며 말했다.

"어떻게 들어가고요?"

황무석이 어디서 구했는지 만능키를 주머니에서 꺼내주었다.

"만능키라 쉽게 열릴 거야.순식간에 들어가야 제대로 현장을 찍을 수 있어."

황무석이 키로 문을 여는 시늉을 했다.

"알았어요"

"나는 그냥 나갈게.핸드폰으로 결과를 즉시 보고해줘"

"어디에 계시게요?"

"손님을 모시다 왔으니 나는 아까 있던 곳에 다시 가봐야 해.한 15분 후쯤 행동개시해.내가 형식이한테 큰 신세진 걸로 생각할게"

황무석이 층계문으로 나갔다.

최형식은 황무석이 지시한 대로 15분 후쯤 605호실 문 앞에 섰다.

일회용 카메라를 왼손에 들고 심호흡을 서너 번 한 후 만능키를 열쇠구멍에 넣고 비틀었다.

그러나 문은 끄떡도 하지 않았다.

"누구요? 무슨 일이오?"

방안에서 다급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최형식은 다시 한번 키를 열쇠구멍에 집어넣었다.

그러나 문은 끄떡도 하지 않았다.

안에서 남자의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호텔직원이나 경찰이 언제 들이닥칠지 몰랐다.

또 한번 시도해보았다.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최형식은 황무석의 판단이 틀렸음을 알았다.

만능키로도 열 수 없는 문이 있었던 것이다.

최형식은 복도를 뛰어가 층계로 통하는 문을 열고 나갔다.

층계를 서너 칸씩 건너뛰면서 지하층 차고까지 미친 듯이 내달렸다.

주차장 문을 열고 뛰어가 차에 탔다.

급히 시동을 걸었으나 시동이 걸리지 않았다.

차 밖으로 나와 슬금슬금 차를 뒤돌아보며 출구 쪽으로 뛰다시피 걸어갔다.

차를 두고 가면 엄청난 주차비를 어떻게 감당해야 할지 아득했다.

순간 배터리에 문제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 차로 돌아가 본네트를 열었다.

배터리와 연결된 배선에 문제가 있는 것 같았다.

한참 동안 배터리와 연결된 배선을 어루만지다 운전석으로 돌아와 다시 시동을 걸어보았다.

시동이 걸렸다.

급히 본네트를 내리고 차에 타 후진 기어를 넣었다.

후진 후 전진 기어를 넣고 막 가려는 찰나였다.

호텔과 통하는 주차장 문을 열고 급히 나오는 이정숙의 모습이 차창을 통해 시야에 들어왔다.

급히 그곳을 피해야겠다는 생각에 자신도 모르게 최형식은 액셀러레이터를 끝까지 밟았다.

차가 괴성을 내지르며 전진했다.

이정숙이 서 있는 지점을 지나는 순간 "퍽"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최형식은 정신이 아찔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