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환익 < 산업자원부 무역투자실장 >

요즘 일본의 정부와 업계,그리고 학계가 한국에 대해 일사불란하게 한 목소리를 내는 것이 있다.

바로 "한.일 자유무역협정(FTA)"이다.

최근 "한.일 경제인회의"가 도쿄에서 있었다.

한국의 경제 4단체장 및 재계 지도자들이 일본의 주요 재계 지도자들과 친선을 도모하고 한.일 경제관계의 미래를 협의하는 모임이었다.

그 자리에서"한.일 무역불균형"에 대해 주제발표를 해달라는 요청을 받고 참석,일본 기업인들을 만나 대화할 기회를 가졌다.

또 통산성 등 일본정부와 아시아경제연구소를 비롯한 일본의 석학들과도 토론할 기회가 있었다.

이들은 너나할것없이 "한.일 FTA"체결을 한국과의 협력에 있어서 최우선과제로 열변했다.

마치 21세기 양국의 새로운 파트너십을 완결하는 최종의 목표인 것처럼 강조했다.

예를 들면,일본 아시아경제연구소의 아마자와 소장은 "한국이 대일 무역적자를 이유로 FTA 체결에 소극적이나 무역수지는 각국의 경제발전 단계에 따라 변화하고 특히 한국의 경우는 자본재수입 등을 통해 성장잠재력 배양에 기여했다.

그러므로 관세 철폐에 따른 정태적 효과보다는 시장확대,생산요소의 통합적 활용,규모의 경제 등 동태적 효과에 보다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1999년 한국의 대일 무역적자액은 83억달러였다.

올해는 1백20억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보여 IMF 이전 최대 무역적자 규모에 육박하는 수치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이 일본과 교역을 시작한 이래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일본에 요구하는 기본 메뉴가 "무역불균형 시정"이다.

그동안 견직물쿼터 등 비관세 장벽문제,유통구조의 폐쇄성,기술이전 문제,또 최근 부품소재분야의 협력 문제 등 많은 제안을 해 왔으나 속시원히 해결된 게 별로 없었던 것이 현실이다.

물론 우리의 수출구조나 산업구조가 수출이 늘어날수록 대일무역적자가 늘어나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지만 우리가 자동차를 선.후진국을 막론하고 1백50만대 이상 수출하는 데 아직도 발을 들여 놓지 못하는 유일한 곳이 일본이란 나라다.

아무리 한국 자동차가 일본 자동차에 비해 품질이 뒤진다해도 일본시장의 "내재적 폐쇄성"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한.일간에 FTA가 체결되면 현 상태에서 매년 약 60억달러 이상의 무역적자가 추가로 발생한다는 것이 양국 연구기관의 공통된 분석이다.

무역불균형에 대한 일본으로부터의 아무런 대안이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단기적으로는 무역불균형을 더욱 심화시킬 것이 틀림없는 자유무역협정 논의에 우리는 이미 들어가 있는 것이다.

특히 금년부터는 그동안 한.일 무역불균형 해소에 다소나마 도움이 됐던 "수입선다변화"조치가 철폐되고 일본의 우리 상품에 대한 특혜관세조치도 사라지게 되는데...

일본도 한.일 자유무역협정이 체결되면 1차상품 생산업계나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약한 일부 제조업계로부터 반발이 있음직하다.

그러나 현재는 일치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는 중국의 WTO가입 등으로 약해져가는 일본의 동북아에서의 중심적 역할을 확보하려는 뜻도 있다고 한다.

따라서 일본측의 FTA체결에 대한 적극적인 추진의지가 감지되고 있다.

우리가 논의자체를 유보하기에는 일본측의 입장이 확고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우리는 일본으로부터 지속적으로 투자를 유치해야 한다.

또한 고도기술을 이전받아야 하는 등 앞으로도 협력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그러므로 일본측의 요청을 무조건 회피하기보다는 이른바"동태적인 실리"를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에 대한 깊이 있는 연구가 요청된다고 본다.

매년 대일 무역적자가 확대되는 가운데 일본이 주장하는 "동태적 효과"가 발휘되기 위해서는 양국간에 근본적으로 무엇이 바뀌어야 하며,또 FTA체결때 주요산업 및 품목별로 생산이나 무역수지가 어떻게 변화하는지에 대한 보다 세부적인 연구가 필요한 때다.

20세기 한.일 양국관계는 정치.외교뿐만 아니라 경제면에서도 우리에게 많은 아쉬움을 남겨 주었다.

21세기를 시작하는 지금 새로운 아젠다로 우리에게 다가온 "한.일 FTA"는 우리에게 부담이 될 수도 있다.

그러므로 서두를 필요는 없지만 한.일간의 경제협력관계를 근본적으로 바꿔나갈 수 있는 기회로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다같이 중지를 모아 대응해 나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