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강제주의"를 도입하면서 변리사의 특허관련 소송대리권을 축소하려는 민사소송법 개정안에 대해 변리업계가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또 변리법인이나 개인사무소에 "법률" 또는 "법무"라는 명칭을 쓰지 못하게 하려는 법무부와 대한변호사협회의 주장에도 정면 대응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대한변리사회 서상욱 회장은 12일 "법무부가 올 정기국회에 제출키로 한 민사소송법 개정안(부칙 9조)은 변리사의 특허침해소송 대리권을 박탈하기 위한 것"이라며 "국회청원과 시민서명운동 등을 통해 이를 저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법무부의 법안 제출과 국회 통과가 강행될 경우 헌법소원을 내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변호사와 변리사간에 대리권 문제로 갈등을 빚고 있는 분야는 특허침해소송이다.

법무부와 대법원은 민사소송법 개정안에서 변리사의 소송대리 영역을 심결취소소송으로 한정하고 있다.

행정사건에는 변리사의 대리행위를 허용할 수 있지만 일반 민사사건은 변호사의 고유 영역이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변리사회는 "심결취소소송과 특허침해소송의 경우 소송절차는 약간 다르지만 변론 내용이 기술적인 문제에 집중된다는 점에서 본질적인 차이가 없다"며 "특허침해소송에서 변리사의 대리권을 배제하는 것은 변호사의 집단 이기주의일 뿐"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특히 "기술지식이 풍부한 변리사들은 특허법원의 심결취소소송 사건을 대부분 수임하면서 재판절차에도 익숙한 상태"라 며 "변론에는 전문성이 있지만 기술을 잘 모르는 변호사들이 특허침해소송을 독점할 경우 의뢰인으로부터 소송대리인 선택의 자유를 빼앗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강조했다.

변리사회는 또 선진국에서는 변리사가 특허사건 소송대리를 맡고 있거나 이를 인정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경우 로스쿨을 거쳐 변리사(Patent Attorney)시험에 합격한 특허전문 변호사가 소송대리를 맡고 있으며 독일에서는 변호사와 변리사의 공동 변론을 의무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과 변리사 제도가 비슷한 일본도 최근 인접 법률직에 대해 소송대리권을 광범위하게 인정하는 방향으로 사법제도 개혁안을 짜고 있다고 지적했다.

변리사회는 또 오는 7월부터 설립이 허용되는 변리법인의 명칭에 대해 변협이 "법률"이나 "법무"라는 이름을 쓰지 못하도록 제동을 건 것은 월권행위라고 주장하고 있다.

변리사가 특허관련 소송에서 대리행위를 하는 것 자체가 법률업무인 데다 변리사제도 탄생 이후 55년간 "특허법률사무소"라는 명칭을 사용해왔기 때문에 막을 이유가 없다는 주장이다.

법무부와 변협은 이에 대해 "특허침해소송은 명백한 민사소송의 영역으로 실제 법원이 변리사에게 이 분야의 소송대리를 맡긴 사례가 거의 없다"며 "전문적인 법률지식을 갖추고 소송실무에 능한 변호사만이 특허침해소송을 맡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변리사들이 변리법인 명칭에 "법률"이나 "법무"라는 용어를 쓰려는 것은 특허침해소송 대리권을 확보하려는 문제와도 연관돼 있다"며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 정한영 기자 chy@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