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세기에 걸친 분단은 남북의 말마저 갈라 놓았다.

국립국어연구원과 한국어문진흥회가 실시한 "북한주민이 모르는 남한외래어 조사" 결과 우리가 쓰는 외래어중 북한주민이 모르는 단어는 8천여개에 이른다.

국어연구원이 지난해 펴낸 "북한문학작품의 어휘"에 따르면 70년대 이후 북한에서 사용되는 말중 우리사전에 없는 어휘 또한 2천5백개가 넘는다.

북한말엔 미드필드는 중간방어수, 투피스는 동강옷, 헬리콥터는 직승기, 볼펜은 원주필, 삐삐는 주머니종 등 외래어를 우리말화한건 물론 한자말을 고유어로 바꾼 것도 많다.

각선미는 다리매, 구설수는 말밥, 미소는 볼웃음, 산책로는 거님길, 견인선은 끌배, 집단구타는 모두매 등이 그것이다.

그런가 하면 일없다(괜찮다) 방조하다(도와주다) 이악한(최선을 다한) 소행(칭찬할만한 행동) 등 우리말에선 부정적 의미가 강한 말이 긍정적으로 쓰이는 경우도 적지 않다.

수제비는 뜨더국, 누룽지는 가마치, 채소는 남새, 주스는 단물, 처가집은 가시집, 가정주부는 가두녀성, 공무원은 정무원 등 음식물이름이나 호칭도 상당히 다르다.

서명은 수표, 화장실은 위생실, 이해하다는 료해하다, 창피하다는 열스럽다, 효과를 얻다는 은을 내다처럼 뜻이 상이한 것도 있다.

남북의 언어차이가 이처럼 벌어진 가장 큰 원인은 그동안 체제 이념 학제 국어정책은 물론 생활환경및 의식구조의 차이가 심화됐기 때문이다.

여기에 북한이 66년부터 우리의 표준어에 해당하는 문화어 다듬기에 나서 5만개 이상의 새로운 단어를 만들어낸 것도 주요인이다.

남북의 언어 이질성이 남북정상회담의 현실문제로까지 등장했다.

말이란 극히 사소한 의미차로도 돌이킬수 없는 오해를 불러 일으킬수 있는 탓이다.

국립국어연구원이 남북한 언어차 극복방안을 강구한다지만 말의 동질성 회복을 위해선 어디까지나 남북학자의 공동연구가 이뤄져야 한다.

그러자면 우리주장이 외통수 묘방이라고 내세우지 말고 그들의 정책과 입장을 잘 파악해 방향을 모색하는게 필요하다.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우리말 표기법에 관한 학술회의 개최 등 구체적인 교류가 진전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