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용국 < 법무법인 충정 대표변호사 jangyk@hmpj.com >

1960년 무렵까지만 해도 "밥 좀 주-어"외치면서 깡통을 한 개씩 들고 아침마다 주택가 골목길을 돌아다니던 거지들이 있었다.

철없는 동네 아이들이 "거지 거-지,땅-거지"노래부르며 놀려대도 아랑곳 하지 않고 꿋꿋이 밥을 얻어먹던 우리의 다정한 이웃,거지.

찬밥이나 누룽지라고 마다하지 않았으며 반찬이라곤 신김치 꼬다리나 김치국물을 밥 위에 부어주어도 찡그리는 법이 없던 그들-.

구걸하는 사람은 지금도 세계 도처에 있다.

하지만 주린 배를 채우고자 돈이 아닌 밥을 요구하는 거지는 언제부터인가 우리 주변에서 사라졌다.

먹는 것 자체가 그렇게 급박한 사람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반증하는 현상이라면 다행이 아닐 수 없다.

외식산업이 급속도로 흥륭하면서 조금이라도 더 팔아 이익을 남기고자 하는 요식업자들의 욕구와 배고픔을 경험하지 못한 386이후 세대의 풍요로움은 아까운 음식이 쉽게,다량으로 버려지는 상황을 낳았다.

그러나 먹는 음식 중 쌀을 제외한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우리의 현실을 생각해 볼 때 음식물 낭비는 낭비 중의 낭비가 아닐 수 없다.

떨어진 밥알 몇 개라도 주워먹도록 배우고,음식을 남기지 않고 먹도록 배워 온 구세대의 눈에는 음식을 낭비하는 이 시대의 풍요가 왠지 불안하게 느껴진다.

법으로 만들어 놓은 표준식단제는 지켜지지 않고,비싼 음식점에서는 만든지 몇 분 되지 않은 아까운 음식들이 그대로 쓰레기통으로 들어가고,음식물 찌꺼기로 젖은 쓰레기의 비율은 세계에서 둘째 가라면 서러운 우리의 현실.

우리가 언제 또다시 배고픈 세월을 맞게 되지 않는다고 누가 장담할 수 있겠는가.

제 돈 내고 음식 사먹을 때에는 그렇게도 알뜰한 사람이,회식이라 해서 공짜 음식을 먹게 되었다 싶거나, 접대라고 해서 자기가 돈을 내야 되는 경우에는 왜 그렇게 또 넉넉하고 푸짐해 지는지...

"그 분"은 "그 곳"에서 누구에게나 칼국수 한 그릇을 대접했다고 해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나는 지금도 "그 분"이 IMF사태를 불러왔고 나라의 경제를 망친 장본인이라는 세평에 동의하지 않는다.

칼국수 한 그릇으로 모든 것을 평가할 수는 없겠지만 수많은 끼니를 칼국수 한 그릇으로 만족할 수 있었고,또 이를 당당하게 권할 수 있었다면 "그 분"의 그런 근검절약 정신과 IMF사태와는 상관관계를 인정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음식값이 싸다,비싸다가 비난의 대상인 사치 낭비의 기준이 아니라 음식물을 허비하느냐 그렇지 않느냐가 바로 그 진정한 기준임을 한번 되새겨 볼 수 있으면 좋겠다.

음식을 버리는 행위는 아직도 세계 도처에서 굶어 죽어 가는 생명이 존재하는 한 비난받아 마땅한 범죄임을 잊지 말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