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염병은 오랫동안 인류의 운명을 좌우했다.

1348년초 프랑스 아비뇽 교황청에 처음 나타난 페스트는 5년동안 유럽인구의 3분의1을 죽음으로 몰았다.

1490년대 유럽에서 시작된 매독은 16세기초 중국과 일본을 거쳐 우리나라에도 전래돼 상류층의 목숨을 앗아갔다.

1518년부터 아메리카대륙에 퍼진 두창과 홍역 발진티푸스는 찬란하던 잉카와 아즈텍문명을 절멸시켰다.

전쟁보다 무서운 전염병은 19세기후반 항독소와 예방백신 개발에 이어 1940년대초 페니실린 스트렙토마이신등 항생제가 생산되면서 위력을 잃었다.

그러나 20세기말 에이즈와 함께 말라리아 결핵등이 다시 유행함으로써 전염병의 완전정복이라는 때이른 낙관론에 찬물을 끼얹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97년 세계보건의 날에 "전염병시대 다시 오다-우리 모두 관심을,우리 모두 대응책을"이라는 표어로 각국의 관심을 촉구한 건 이런 까닭이다.

말라리아는 근래 기세를 되찾은 대표적인 전염병이다.

1897년 영국의사 로널드 로스가 모기에 의해 옮겨진다는 사실을 찾아내고 2차세계대전때 클로로킨이 발견된 뒤 현저히 감소됐었으나 90년대초부터 다시 증가,매년 2억~3억명이 감염되고 2백만명이상이 사망한다.

최근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열린 미국 유럽연합 정상회담에서 말라리아 결핵 에이즈를 퇴치해야 할 3대 질병으로 선언한 것은 문제의 심각성을 알려준다.

세계보건기구 또한 현재 1억3천만달러인 말라리아 퇴치기금을 조만간 10억달러이상으로 늘릴 예정이라 한다.

아프리카와 아시아에서 이처럼 말라리아가 재창궐하는 것은 내전으로 공공의료체계가 붕괴된데다 기후변화로 모기가 극성을 부리는 때문으로 여겨진다.

국내에서도 83년이후 사라졌던 말라리아가 93년께부터 휴전선 일대에서 재발,보건당국과 주민들을 긴장시키더니 올해엔 아예 고양 김포 의정부 파주 포천 철원등 13개 시.군.구에 말라리아주의보가 내려졌다.

보통 고열 끝에 낫지만 심하면 간이나 비장에 영향을 미친다.

보건당국이 방제에 힘쓴다 해도 각자 주위환경을 깨끗이 하고 모기에 물리지 않도록 주의하는게 먼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