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립환경과학연구소는 1979년 합성화학 물질들이 태아발달및 생식기에 장애를 일으키는지 조사하기 시작했다.

곳곳에서 비슷한 연구가 진행됐고 96년 콜본과 피터슨등은 공저 "도둑맞은 미래"를 통해 환경성 내분비계 장애물질이 야생동물과 인류의 생식및 면역,정신 기능에 문제를 일으키는 주범일수 있다고 지적했다.

환경호르몬의 가장 큰 영향은 생식기 이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미국 플로리다주 악어의 생식기는 DDT폐해를 입기 전보다 현저히 작아졌고,국내에서도 한강의 수컷잉어중 상당수가 난자를 포함할 뿐만 아니라 거제도의 암컷고둥은 수컷화한 사실이 발견됐다.

덴마크와 일본의 의과대학 보고서에 따르면 남성의 정액 1ml당 정자수는 50여년전의 절반밖에 안되고 정자 운동성은 10년전 65%에서 55%로 떨어졌다.

일본에선 또 지난해 20대남성 34명중 세계보건기구가 정한 정자의 농도와 운동성 기준을 충족시킨 사람이 1명뿐이라는 조사결과가 발표됐다.

환경호르몬에 유독 민감한 일본 후생성이 음식을 만들거나 담을 때 쓰는 염화비닐 장갑의 사용을 금지할 방침이라고 한다.

시판도시락과 식당및 병원 음식에서 환경호르몬의 일종인 DEHP(염화기소제)가 잔뜩 검출됐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재료는 조금씩 다르지만 조리용 장갑은 국내에서도 널리 쓰인다.

음식맛은 손맛이라고 해도 피부손상 내지 위생상의 이유로 가정은 물론 음식점에서도 사용이 보편화돼 있다.

환경호르몬의 심각성은 먹이사슬을 타고 생태계 전체로 확산되고 누적되는데다 당사자는 물론 2세,3세의 건강으로 이어진다는데 있다.

자동차는 인류가 발명한 최대의 이기지만 엄청난 살상무기로 작용한다.

프랑스 툴루즈의 남성불임연구소는 최근 운전을 오래하면 음낭의 온도가 상승해 정자수가 줄어들수 있다고 발표했다.

염화비닐 장갑도 뜨거운 것을 만지지 않으면 DEHP의 방출을 상당부분 막을수 있다고 한다.

편리함의 이면에 도사린 부작용에 주목,불편을 다소 감수하는 것이야말로 환경호르몬은 물론 또다른 재앙을 예방할수 있는 길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