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들이 모판을 좀 더 손쉽게 옮길 수는 없을까"

농민들에게 일년중 가장 바쁜 모심기 철이다.

농민들은 모판을 옮길 때 애를 먹는다.

모판 밑으로 자란 벼뿌리가 논바닥에 붙어 잘 떨어지지 않기 때문.모판을 옮기다보면 벼가 상하거나 모판이 깨지기가 부지기수.이 문제를 해결한 지제위탁영농 차연선(43)사장. 지난 74년 중학교를 졸업한 그는 서울 신림동과 경기도 반월의 플라스틱 제조공장에서 일하면서 플라스틱 제조에 관한 여러 기술을 익혔다.

유압 전기 안료 금형 등 을 배웠다.

농촌 출신인 그는 10년 가까운 도시생활에도 불구하고 농촌을 잊을 수 없었다.

결국 82년 경기도 양평군 지제면에 자리를 잡고 농사를 시작했다.

농사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특히 모판 때문에 고생했다.

모판을 떼내다 모판이 깨져 나가는 것은 둘째 문제.자식같은 어린 벼들이 다쳐 제대로 수확하지 못할 때는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았다.

스스로 해결해 보기로 마음먹었다.

차 사장은 모판 아래 구멍으로 벼뿌리가 자라나가는 것이 근본문제라고 생각했다.

물과 양분은 잘 통과하면서 벼의 뿌리만 모판 구멍을 통과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관건이었다.

물론 모판 하나하나마다 부직포를 깔아서 모를 심는 방법이 있었다.

반투과성 성질을 지닌 부직포가 뿌리가 구멍 바깥으로 나가는 것을 막았던 것.일일이 모판에 부직포를 깐다는 것도 고역이었다.

하루에 한 사람이 6백개 이상을 깔지 못했다.

그는 모판과 부직포를 일체화하면 농민들의 수고도 덜면서 벼의 뿌리가 땅에 밀착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플라스틱 업계에서 익힌 기술을 바탕으로 몇차례의 시도끝에 모판 구멍마다 부직포막이 들어있는 모판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금형안에 천 자체를 집어넣고 찍어 대량생산한 것.지난해 6월 개발을 끝내고 시험보급을 했다.

실험 결과는 대성공.벼의 뿌리를 보호하면서 모판 파손도 크게 줄였다.

차 사장은 "농민들에게 도움을 주게 된 것이 무척 기쁘다"면서 "앞으로도 농민에게 도움이 되는 새 제품을 개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0338)774-4283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