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민이나 언론에서 무역수지를 보는 눈이 예사롭지가 않다.

98년과 99년에 비해 무역수지 누적 흑자가 급속히 축소되자 이를 제2의 환란의 징조로 해석하는데 곧잘 사용되고 있는 것이다.

무역수지 흑자의 축소가 바로 우리 경제의 신인도 저하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현재의 무역수지 상황이 우리 경제를 위기로 연결시킬 정도로 심각한 것인가.

아니면 현재의 무역수지 상황을 경제 불안에 연결시킴으로써 경제위기 가능성을 지나치게 과장하는 것은 아닌가.

이러한 물음에 대한 대답은 현재 진행되고 있는 무역수지의 축소과정이 비정상적인 것인가 하는 물음에 대한 해답에서 찾을 수 있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무역수지의 축소는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우리 경제가 정상으로 돌아가고 있는 것에 다름 아니다.

지난해까지의 대규모 무역수지 흑자가 수출확대보다는 주로 수입 축소에 기인한 것이라면 금년들어 축소되는 흑자는 증가하는 수입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IMF위기에 대응한 비상시의 경제운용에서 이제 경제가 정상으로 복귀하는 과정에 따른 결과다.

다만 이 과정에서 국제유가의 상승이라는 국제적인 복병이 나타났으며 벤처.정보산업 등을 중심으로 경제가 가파르게 성장하면서 시설재 자본재의 수입이 늘어난 것도 중요한 원인이다.

미래 성장을 위한 투자라는 면에서 지나칠 정도로 걱정할 것은 아니라고 판단된다.

그러면 수출이 문제인가.

금년 들어 4월까지 수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연평균 26.9%나 늘어났다.

이러한 수출 신장률은 연평균으로 보아 90년대 어느 해에도 달성한 적이 없는 높은 증가율이다.

수출업계도 시설을 80%이상 가동하고 있으며 종합상사들도 대부분 수출 목표액을 크게 늘려나가고 있는 실정이다.

수출은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경제의 성장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무역수지는 수출과 수입의 차이를 말한다.

따라서 수치 그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내용이 더 중요하다.

물론 무역수지가 누적적으로 적자를 지속하거나 큰 폭의 적자를 나타낼 경우 외채를 증가시키고 외화보유고를 고갈시키므로 수치자체가 의미를 가질 수 있다.

하지만 현재 우리 경제가 지속적인 무역수지 적자를 보이고 있는 것은 아니다.

무역수지 적자는 장기적으로 감내할 수 없을 정도로 지속될 경우에만 문제가 된다.

무역수지 흑자의 축소는 내려가기만 하던 환율을 안정화시켜 수출의 채산성을 보전하고 우리 산업의 안정적인 발전에 기여한다.

이는 다시 무역수지가 계속 악화되는 것을 방지한다.

무역수지든 환율이든 지나친 일방통행은 오히려 우리 경제의 발전에 장애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렇게 본다면 무역흑자 폭의 축소가 경제위기의 원인이라고 평가하기 힘들다고 할 수 있다.

경제위기의 가능성을 무역흑자 폭의 축소에서 찾는 것은 위기의 본질을 오도하고 그에 따라 국가 경제의 운용을 왜곡시킬 위험성이 오히려 크다고 판단된다.

특히 IMF위기를 거치면서 국민경제운용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커지고 있으며 이에 따른 여론이 정책 입안에 반영되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는 시점에서 이러한 위험성은 더욱 커진다.

또한 무역수지의 방어를 위한 국민적인 움직임이 외국인에게 개방에서 폐쇄로 돌아선다는 오해를 부를 소지도 있다.

국가신인도의 제고를 위한 주장이 오히려 국가신인도를 저하시키는 역효과를 가져오는 경우다.

구조적인 문제로 인해 무역수지가 균형이나 적자로 회귀한다는 사실을 인정한다면,그리고 이러한 구조적인 문제가 단기간에 해결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라면 이를 해결하는 방안에 대한 장기적인 대책의 수립과 시행에 더 많은 관심을 쏟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무역수지 흑자폭을,더구나 정상적인 상황으로 돌아가고 있는 무역수지의 추세를 경제 위기와 관련짓는 것은 위험하다고 할 수 있다.

역으로 현재가 진정 경제의 위기상황이라면 5월이나 6월에 10억달러 이상의 무역수지 흑자를 시현해 연초 전망치를 달성할 가능성이 커진다고 하더라도 이로 인해 경제위기 상황이 해소될 것이라고 믿는 이는 많지 않을 것이다.

단순히 무역수지 흑자가 축소된다는 사실에 지나치게 민감하게 반응해 경제위기라는 주장을 펴는 것은 국민의 경각심보다는 국민의 위기 의식을 촉발하여 오히려 경제를 위기로 몰고 갈 가능성이 높다고 할 것이다.

특히 무역수지는 객관적인 숫자로 제시되기에 여론이나 국민 의식에 미치는 영향력은 사뭇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크다 하겠다.

옛말과 같이 말이 씨가 되는 우를 범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앞선다.

hbk@ kiet.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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