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 삼성동에서 열린 플래티넘기술투자(대표 이창수)의 창립 기념식.

한국기술금융(현 산은캐피탈)에서 20년 가까이 몸담으며 화려한 투자 경력으로 이름을 떨쳤던 이창수 씨가 독립해 회사를 차린 것.그를 축하하기 위해 오태승 한미열린기술투자 사장,심항섭 테크노캐피탈 사장(전 KTB 사장),이강덕 동원창투 사장 등 1백여명이 넘는 벤처인들이 몰렸다.

특히 이 자리엔 이창수 사장과 함께 산은캐피탈에서 한솥밥을 먹던 서학수 마일스톤벤처투자 사장,진신식 아이벤처캐피털 사장 등이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산은캐피탈에서 날리던 이들 3총사는 모두 벤처기업들이 대주주인 창투사의 CEO(최고 경영자)로 최근 영입된 것. 이처럼 요즘 벤처기업들의 "벤처캐피털 만들기"는 크게 늘어나고 있다.

창투사들을 직접 설립하는 이들의 전략은 무엇일까.

현황부터 먼저 살펴보자. <>어떤 벤처기업들이 만들었나=지난 2월 자본금 1백2억8천만원으로 설립된 플래티넘기술투자에는 자화전자(38.91%)와 KMW,웨이브전자 등이 주주로 참여했다.

서학수 사장이 이달말께 출범시킬 마일스톤벤처투자(가칭)는 네스테크가 대주주다.

진신식 사장이 얼마전 문을 연 아이벤처캐피털엔 안국약품 제로인(www.zeroin.co.kr) 등의 자금이 들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도 <>새롬기술(지분율 1백%)의 새롬벤처스 <>핸디소프트(63%)의 파트너스벤처캐피탈 <>세원텔레콤의 베이직기술투자(지분율 40%) <>비티씨정보통신(55%)의 지앤테크벤처캐피탈 등이 있다.

이외에도 골드뱅크 에이스테놀로지 프로칩스 자네트시스템 코리아링크 시공테크 등이 여러 벤처캐피털에 지분참여를 하고 있다.

코스닥증권시장에 따르면 올들어서만 20개사 가까운 코스닥 벤처기업들이 벤처캐피털 및 인큐베이팅 회사에 6백억원 가까운 금액의 돈을 대고 있다.

벤처기업들이 스스로가 직접 투자를 하던 과거모습과는 달라진 것.투자조합 등에 참여해 간접적으로 투자하던 관행도 시들해지고 있다.

<>왜 직접 만들까=무엇보다 넓은 네트워크망을 만들기 위해서라는 견해가 일반적이다.

"자회사인 벤처캐피털이 모벤처기업과 관련된 업체에 투자하면 긴밀한 협력 관계를 맺게 돼 시너지 효과를 높일 수 있다"고 서학수 마일스톤벤처투자 사장은 말한다.

아라리온,에스앤에스,MMC테크 등 10여개 반도체 설계.개발 업체들이 1백억원 규모로 조만간 설립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진 반도체 전문 창투사도 그 예에 속한다.

이 창투사는 자체 자금은 물론 5백억원 상당의 펀드를 만들어 주문형 반도체 등 관련 업체들을 집중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다.

"여러 사업영역의 동향과 정보를 얻고 더 나아가 아예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기 위한 포석이 될 수도 있다"(플래티넘기술투자 이창수 사장).풀무원이 40%의 지분을 댄 바이오기술투자가 좋은 예.이 회사는 바이오 사업에 본격적으로 진출하기 위한 교두보로 바이오기술투자(대표 김주연) 설립에 적극 참여했다.

"어느 정도 안정 궤도에 올라온 벤처기업들의 경험과 노하우 그리고 관련 기술에 대한 높은 이해도를 활용하면 투자의 성공 확률은 훨씬 높아질 수 있다"라는 한미열린기술투자 오태승 사장의 견해도 벤처캐피털 설립 봇물의 이유를 설명해준다.

또 얼마전 올해 주식처분 이익 등이 1천억원에 달할 것이라고 밝힌 대양창투의 경우처럼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기대도 한 요인이다.

대양창투측은 벤트리 사람과기술 웰링크 등을 코스닥에 등록시켜 올 1.4분기에만 1백40억원의 순이익을 올렸다고 발표했다.

대양창투는 대양이앤씨가 지난해 2백96억원을 투자,대우창투의 지분 80%를 인수해 만든 벤처캐피털이다.

<>문제점은 없을까=부작용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지난 17일 올해 처음 발표된 12월 결산 코스닥 등록법인들의 1.4분기 실적을 보면 순이익은 많이 늘어났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매출액에서 인건비와 원자재비 등 매출원가를 뺀 영업이익은 아주 낮은 벤처기업들이 많았다.

즉 주식매각 등을 통한 금융수익 등은 크게 늘어났지만 실제 사업에서 올린 수익은 얼마되지 않았다는 말이다.

벤처기업 본연의 사업을 소홀히 하고 오히려 돈놀이를 통한 수익 올리기에 치중했다는 비판을 면하기 힘들다.

창투사의 설립 붐의 문제점도 이같은 맥락에서 보면 쉽게 이해된다.

"벤처열풍이 불면서 많은 벤처기업들이 대규모 투자자금을 끌어들였다.

그러나 일부 벤처기업들은 그 자금을 기술개발을 위해 사용하지 않고 벤처투자같은 돈굴리기에 치중하고 있다"고 보광창업투자의 이중화 팀장은 말한다.

벤처캐피털에서 벤처기업으로 흘러간 돈이 다시 벤처캐피털로 꺼꾸로 돌아가는 순환이 이뤄진다면 벤처투자의 의미 자체가 없어진다는 지적이다.

또 넘쳐나는 투자자금은 과열 투자를 부추겨 무늬만 벤처인 사이비 기업들이 활개를 치게하는 등 거품을 더 부풀리게 만든다는 우려도 만만치 않다.

결국 벤처기업의 벤처캐피털 설립은 장점과 단점 모두를 가질 수 있는 만큼 "기술 사업화에 필요한 초기 자금을 적절히 대는 등 후배 벤처기업들을 지원하거나 관련 업계의 네트워크 구축을 통한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시키는 올바른 역할을 맡도록 벤처캐피털을 이끌어가는 것이 절실하다"고 벤처업계 전문가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서욱진 기자 venture@k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