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이번 금리인상 조치는 가벼이 볼 일이 아니다.

그동안 0.25%포인트씩 올려오던 것을 한번에 0.5%포인트 끌어올린 것이나 이번 조치를 계기로 유럽등 선진국들도 일제히 본격적인 고금리 시대로 접어들 것이라는 점을 예상하면 더욱 그렇다고 하겠다.

이렇게 될 경우 가뜩이나 금융불안이 심화되고 있는 한국 태국등 아시아 위기국들에는 매우 심각한 부정적 영향이 나타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국면이다.

나스닥이나 뉴욕증권거래소 주가,그리고 TB(미 국채) 가격이 일제히 상승세를 보인 것은 그나마 다행스런 일이지만 이는 이미 상당한 가격 조정을 거친데서 오는 일시적인 현상일 뿐 중장기적으로는 역시 상당한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FRB의 금리인상에 맞춰 주요 은행들이 종전의 9.0%에서 9.5%로 우대금리를 즉각 끌어올렸거니와 이같은 움직임들이 미국 경제의 견인차로도 불리는 소비자 신용을 삭감하면서 경제성장률을 끌어내릴 것은 예상키 어렵지 않다.

FRB가 미국의 적정 성장률을 3.5%로 낮게 본다는 분석도 있지만 미국의 성장률 둔화가 대미 교역국들의 수출감소로 귀착될 가능성이 크고 이는 가뜩이나 무역흑자가 급감하고 있는 우리에게는 만만찮은 역풍으로 작용할 것이 분명하다.

더욱 우려되는 것은 금융부문이다.

국제 유동자금이 고금리를 쫓아 대거 미국으로 빨려들어갈 가능성이 크고 유럽이 이에 대응해 금리를 끌어올린다면 미국에서 시작된 고금리 추세가 전세계로 확산되면서 국제 자본시장의 장기침체가 구조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역시 증권시장의 자금공급 기능에 크게 의존해 있는 우리로서는 적지않은 악재다.

미국 금리가 곧바로 차입금리를 의미한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단기외채가 크게 불어나 있고 외채총액이 1천억달러가 넘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대외채무 관리에 조금이라도 소홀한 점이 있어서는 안되겠고 외국인 투자 자금 유출등 최악의 경우를 상정하고 대응태세 (Contingency Plan) 를 갖추어 놓는 것도 시급한 과제다.

지난해부터 줄곧 한자리 금리를 고수해온 국내 금융정책은 무엇보다 중대 기로에 처했다고 본다.

미국의 우대금리가 우리의 9%선 보다 오히려 더욱 높아졌고보면 우리도 금리를 올려가는 것이 정상적이라 하겠으나 이경우 금융구조조정 등에 상당한 어려움이 예상되는 것도 부인할수 없는 현실이다.

당국은 금융구조조정을 조속히 마무리해 정책선택의 폭을 확보하는 일부터 서둘러야 할 것이다.

기업들 역시 국제 고금리 시대에 상응하는 적절한 전략을 신속히 세워갈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