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사이버 공간을 통해 많은 새로운 일들이 가능해지고 있다.

간단한 e메일 이용부터 복잡한 상거래,각종 정보수집 기능에 이르기까지 실로 그 기능은 아주 다양하다.

특히 주목되는 것은 지난 선거 기간동안 인터넷을 통한 여러 가지 정치적 행위가 일어났다는 사실이다.

시민단체의 낙천운동에서 시작된 네티즌들의 활발한 의견 표출은 시민단체들의 사기 진작에 크게 도움이 된듯하다.

그러나 다른 한편 우리의 관심을 끄는 현상은 선거기간에 불법 선거운동이 인터넷을 통해 동시에 자행됐다는 점이다.

각종 유언비어와 비방 사례가 늘어났던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과연 사이버 테크놀로지는 우리 사회에 어떤 영향을 끼치고 있는가.

분명한 것은 우리 일상생활에서 기능적인 편리함이 대폭 증대됐다는 사실이고 이에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특히 주목할 것은 정보의 공개성과 접근도가 이전보다 현저히 증대돼 정보 평준화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획기적인 변화는 사이버 기술의 영향에 대해 부정적 측면을 제기하기 어렵도록 하는 한편 기술 지상주의에 빠지게 하고 있다.

그러나 보편성을 띠고 세계적으로 활용되고 있어 세계화 지구화의 상징이 된 컴퓨터 기술의 사회적 영향은 그 보편적 측면과 함께 한국 사회의 독특성을 고려해 판단될 필요가 있다.

사이버 공간의 특징은 직접적인 대면 관계의 필요성을 격감시키고 이를 사이버 공간을 이용해 최대한 대체하는 데 있다.

즉 사람들이 직접 만나지는 않지만 마치 만난 것과 같은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것이다.

최근 네티즌 개념도 기본적으로 이러한 사이버 기술의 특징에서 출발하고 있다.

직접 만나 의사 표시를 하지는 않지만 즉각적인 반응을 보임으로써 시간 절약이 가져오는 극적 효과는 이전에 전혀 경험하지 못했던 새로운 현상임에 틀림 없다.

그러나 언론의 상업적 이익과도 관련돼 번성하고 있는 네티즌 개념은 새로운 기술이 약하거나 부재한 시민정신을 대체할 수 있는지에 대해 아무런 설명이 없다.

미국과 서구 등 이미 시민사회가 뿌리를 내리고 있는 지역에서도 새로운 기술이 대면적 접촉을 어렵게 하는 사이버 공간의 사회적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우리는 너무 쉽게 사이버 공간의 마력에 심취해 있다는 느낌이다.

문제의 핵심은 사이버 정치 공간이 대면적 접촉과 직접적인 참여를 바탕으로 이루어진 전통적 시민사회의 발전 단계를 뛰어 넘을 정도로 사이버 공간이 새로운 시민사회를 창출할 수 있는가,또는 앞으로 고도 기술사회에서는 지금과 다른 형태의 시민사회 대체물이 창출돼 기존 시민사회를 불필요하게 할 것인가에 달려 있다.

우리의 현실은 전통적 의미의 시민사회,즉 자발적이고 독자적 기반을 가지고 정치.사회.문화 영역에서 국가와 사회가 연계하면서 국가 권력을 견제할 수 있는 시민 공간은 아직 취약하다.

더 나아가 한국 사회는 아직도 원초적 본능에 기초한 사회로 학연 지연 혈연이 강한 사회적 조직 기반으로 남아 있다.

이를 깨기 위해서는 구체적인 시민사회 활동의 창출과 참여를 통해 이의 장벽을 허무는 실질적 경험이 필요하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네티즌 개념은 많은 허구성을 내포하고 있다.

지금까지 시민사회적 활동 경험이 거의 전무한 상황아래 사이버 공간에서 느끼는 해방감의 표현으로 나타나는 네티즌의 견해 표시를 과연 시민사회 강화 현상으로 간주해야 될지 의문이다.

동시에 최근 인터넷이 학연,심지어 지연에 관련된 동호인 모임에 이용되는 현상을 주목한다면 전통사회와 하이테크의 오묘한 접합에 아연할 뿐이다.

지금 우리 사회는 원초적 본능을 벗어나 감정이 정리된 안정된 인간 관계의 정립이 절실하다.

사이버 정치.사회 공간은 오히려 사인주의나 소규모 그룹주의를 강화시키고 직접 참여를 제약함으로써 예측 가능한 인간 관계의 경험을 어렵게 하고 있다.

이렇게 볼 때 사이버 공간의 특징은 전통,근대,초근대 그 어느 개념 및 상황과도 만날 수 있다는 데 있다.

역사상 한 번도 새로운 아이디어와 기술,제도가 우리 전통과 어떻게 접합돼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와 이를 근거로 한 성공 사례가 없는 우리는 너무 쉽게 새로운 것의 마력에 빠지고 마는 경향이 있다.

특히 단기적인 정치적 상업적 이익과 관련돼 무비판적으로 평가되는 사이버 기술의 사회적 정치적 효과는 재고돼 이번만이라도 조화돼야 할 가치와 제도를 제대로 평가해 대처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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