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세안(ASEAN) 회원국 10개국에 이어 한국 일본 중국도 태국에서 열린 제 33차 아시아개발은행(ADB) 연례회의에서 통화스와프 협정을 체결하기로 합의한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이로써 아시아국가들은 지난 97년과 같은 국제 투기성자금의 공격이나 유동성위기 발생 등 긴급한 경우 자국통화를 맡기고 미국 달러 또는 상대국 통화를 빌려 효과적으로 위기에 대응할 수 있게 됐다.

이번 합의에 따라 아시아권의 통화스와프 협정은 2백억~3백억달러 규모로 확대될 전망이다.

특히 외환보유고를 모두 합하면 5천억달러가 넘는 한.중.일 3개국이 참여함으로써 미야자와 구상에 따른 통화위기 예방체제 구축에 큰 진전을 이루게 됐다.

이밖에 협정체결국들은 효율적인 보유외화 활용,국가신용등급 상향조정 등의 부수효과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우리정부가 지난해 이미 일본과 50억달러 규모의 통화스와프 협정을 맺었으며 외환보유고도 현재 8백50억달러에 달해 외환위기 재발 가능성이 낮은데 굳이 스와프 협정에 참여할 필요가 있느냐는 일부 회의적인 시각도 없지 않으나 이는 매우 잘못된 생각이다.

위기대응은 사후수습보다 사전예방이 최선이며 요즘에는 국제자금 이동규모가 워낙 엄청나므로 스와프 규모도 가능하면 클수록 좋다.

1년안에 갚아야 하는 단기외채가 총외채중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지난 3월말 현재 다시 30%대로 높아진 것도 상당히 경계해야 할 대목이다.

비록 외환보유고 대비 단기외채 비중이 51.9%로 안정권이라고는 하지만 미국증시의 불안한 움직임과 유로화 가치의 폭락,그리고 국내외 증시의 동조화현상 등을 고려하면 언제 다시 위기상황이 재발할지 모를 일이다.

특히 아시아국가들이 금융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엄청난 규모의 재정적자를 적절히 관리하지 못할 경우 또한차례 위기를 맞을 가능성이 있다는 타린 태국 재무장관을 비롯한 해외전문가들의 경고는 우리도 깊이 새겨들어야 할 것이다.

이번 스와프 협정확대를 아시아통화기금(AMF)으로 발전되는 중간단계로 보고 미국과의 마찰을 우려하는 시각도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엔화의 국제화 부진,재원조달의 어려움 등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아 아직은 지나친 걱정이라고 본다.

아시아 각국의 달러 의존도가 너무 높고 엔화와 위안화의 환율불안을 감안하면 한.중.일 3국이 스와프협정에 참여함으로써 역내통화의 환율안정과 무역규모 확대를 꾀하는 등 현실적으로 얻을 수 있는 이익이 매우 크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