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브 바이러스"가 전세계를 강타하자 많은 사람들이 안철수 소장을 찾았다.

전세계적으로 수백만대의 PC를 망가뜨린 이 바이러스에 대한 예방책과 대응요령을 알기 위해서였다.

새로운 컴퓨터바이러스가 말썽을 부릴 때마다 안 소장은 바빠진다.

누구나 인정하는 컴퓨터 분야의 "허준"이 바로 안 소장이기 때문이다.

"러브"비상이 걸린 시기에 정작 안소장은 일본에 가 있었다.

일본 시장 진출을 위한 출장이었다.

그렇다고 아무런 대책없이 한국을 떠나 있었던 것은 아니다.

안철수바이러스연구소는 지난 4일 "러브"가 발견되자마자 즉시 샘플을 입수,이를 치료하는 백신 제작에 들어갔다.

안소장은 "러브"백신이 제대로 작동하는 것을 확인한 후 다음날 출장지로 향했다.

일본에 도착하고 나서도 수시로 국내 상황을 체크했다.

"5~7일이 다행히 연휴인 곳이 많아 국내 피해는 상대적으로 미미했습니다.

8일이후에도 이미 "러브"가 많이 알려져 피해는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러나 안심할 순 없죠" 7일 오후 귀국한 안소장은 정말 "안심할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수차례 경고했음에도 매년 4월26일 활동하는 CIH바이러스로 인한 국내 피해규모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세계 1위를 기록한 것이 못내 안타까운 듯했다.

안소장은 "인터넷시대로 접어든 이후 컴퓨터바이러스가 심각한 "산업재해"로 떠올랐음에도 이에 대한 사회전체의 경각심이 아직 부족하다"고 진단한다.

안소장에겐 요즘 가슴설레는 일이 있다.

북한에 백신제품을 기증하는 사업이 성사단계에 있기 때문이다.

남북정상회담 개최 합의 발표 이후 은밀하게 추진하다 최근 북한으로부터 이를 수용하겠다는 의사를 전달받았다.

안소장은 "지난해에도 추진했으나 절차상의 문제로 포기했다"며 "이번에는 꼭 실현돼 북한에서도 우리가 개발한 백신이 정보화의 역기능을 최소화하는 데 유용하게 쓰였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송태형 기자 toughlb@k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