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홍상화

미국 투자자문 회사의 직원인 스티브 김이 서류를 꺼내 앞에 앉은 진성호와 이현세에게 한 부씩 주며 말했다.

"컨트리 리스크(Country Risk,국가 위험도)에 대한 Q&A를 작성해보았습니다.

한국에 대해선 남북관계가 워낙 주요 이슈라 질문이 있을 것 같습니다" 진성호는 커피를 마시며 서류를 보기 시작했다.

이현세도 따라 읽기 시작했다.

Q:한반도에서의 전쟁발발 위험성은 어떻습니까?

김정일의 북한이 현재 지구상에 남아 있는 유일한 스탈린 스타일의 국가로서 돌발적인 행동을 취할 확률은 없습니까?

A:물론 전쟁발발 위험성이 전혀 없다고 단언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중국과 소련의 전적인 지원 없이는 승산이 없다는 것을 그들도 잘 알고 있습니다.

불원간 그들은 중국의 정책을 따라 부분적으로 개방정책을 취하며 경제발전을 꾀할 것입니다.

Q:통일 가능성은 어떻습니까?

A:시간 문제지 통일은 되겠지요.

문제는 통일방식인데 서독이 동독을 평화적으로 흡수한 방법을 따르게 되리라 봅니다.

Q:독일의 경우는 막대한 통일비용이 필요했는데 한국의 경제 능력이 감당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더구나 인구면에서도 서독과 동독은 4대 1이었는데 남한과 북한은 2대 1이지요.

즉 독일의 경우 네 사람이 한 사람을 지원했는데 한국의 경우는 두 사람이 한 사람을 지원해야 하는 꼴이지요.

A:인구면에서 서독과 동독이 4대 1인 반면 남한과 북한은 2대 1인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독일과 한국을 같은 선상에서 비교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생각합니다.

독일경제는 국제 시장에서의 비교 우위가 중화학공업 등 자본집약적 산업에만 있지만 한국은 반드시 그렇지 않습니다.

아직도 섬유산업이 중요한 수출산업으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지요.

앞으로도 섬유산업 등 노동집약 산업은 한국의 수출에 중대한 역할을 할 것입니다.

현재 한국의 임금 수준으로는 노동집약적인 섬유산업에서 비교우위를 유지할 수 없지요.

그래서 1990년대 초부터 한국기업은 중국과 인도네시아 등 저임금 국가에 노동집약적 생산시설을 대규모로 이전하였습니다.

앞으로 수년내 중국과 인도네시아 등의 나라가 경제성장을 하여 임금이 상승하면 한국은 또다른 나라를 찾아야 하는데,북한은 한국 입장에서 부담이라기보다 기회라고 볼 수 있습니다.

Q:북한이 그러한 분야에서나마 남한에게 기회로 작용하려면 전력.통신.도로 등 막대한 사회간접자본에 대한 투자가 필요할 텐데 그런 재원은 어떻게 마련할 수 있습니까?

A:봉제산업 등 노동집약산업을 위해선 최소한의 사회간접자본만 필요합니다.

그 정도의 사회간접자본은 북한도 갖고 있습니다.

진성호는 Q&A 자료를 읽다가 어느 한 부분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이현세가 방금 읽었던 그 부분이었다.

"1960년대초 1인당 국민소득이 70달러 정도였을 때 한국의 인프라(사회간접자본)는 형편없었지요.

지금의 북한보다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열악했지요.

그런 상황 아래서도 봉제산업을 수출주종으로 삼아 결국 경제 발전의 원동력을 이루었지요"

진성호의 말에 이현세와 스티브 김이 고개를 끄덕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