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진 시기만 되면 일이 손에 잡히질 않아요"

승진에 대한 불안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직장인은 많지 않다.

오히려 승진에 목이 매어 있다는 것이 과언이 아닐 정도로 우리 사회에서 승진이 주는 의미는 대단하다.

우선 승진이 돼야 임금이 대폭 오른다.

특히 연공급 아래에서는 승진만이 임금상승의 유일한 창구라고 할 수 있다.

또 승진은 대인관계의 폭과 깊이를 더해 주는 역할을 한다.

과장은 과장끼리, 부장은 부장끼리 통하는 사회 분위기에서 승진은 접촉하는 사람의 범위를 그만큼 넓혀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승진의 중요성은 과거와 비교해 볼 때 점점 줄어드는 경향이 있다.

연봉제 도입으로 승진이 안되더라도 연봉이 오를 수 있기 때문이다.

부하가 상사보다 연봉이 많은 경우도 자주 목격하게 되는 현상이다.

또한 정보화의 진전은 중간 관리층의 축소를 가져오고 있다.

이미 팀제의 도입으로 승진단계는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과거의 복잡한 절차,즉 사원 대리 과장 차장 부장의 5단계 직급구조가 팀장 팀원으로 이원화됨으로써 단계가 축소된다.

게다가 중도채용이 증가하면서 승진관리가 과거와는 한층 유연해졌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승진의 중요성이 다소 줄어든다고 할지라도 승진 원칙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을 것이다.

회사에서는 승진시기를 전후해 승진 대상자 중에 누구는 되고 누구는 안된다는 소문이 퍼지게 된다.

실력자들에게 줄을 대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모습도 눈에 띄는 현상이다.

승진기준에 따라 공정하게 하면 되는데 왜 그렇게 관심이 많으냐고 반문하면 "우리 풍토에서 일만 열심히 해서는 승진을 장담할 수 없습니다. 줄을 잘 서야 합니다"고 현실을 개탄한다.

이처럼 직장인들이 승진에 관심이 많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승진에 대한 불신이 그만큼 크다는 뜻이기도 하다.

많은 사람들이 "인사가 만사"라고 강조하고 있지만 실제로 "인사가 망사"가 되어버린 경우가 적지 않다.

승진관리야말로 인사의 기본임을 명심하고 원칙과 기준 위에서 신뢰받는 승진이 되도록 해야 한다.

첫째 승진 관리는 능력과 업적을 중심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연공주의에 입각한 승진관리는 이제 더 이상 통용될 수 없다.

이를 위해 직무중심의 인사관리,공정한 인사고과에 따라 승진이 결정돼야 한다.

인사고과 결과를 기준으로 승진을 단행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아직도 일부 기업에서는 인사고과 결과를 무시하고 학연 혈연 지연에 따라 전근대적으로 처리한다고 한다.

또 일보다는 아부를 잘하는 사람이 승진한다는 오해를 받는 경우도 있다.

이같은 승진관리를 하는 기업은 지식시대에 경쟁력을 확보할 수 없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이제 승진은 교제보다는 일 중심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자신의 업무를 얼마나 끊임없이 개선.개발.개혁하면서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느냐를 기준으로 결정해야 되는 것이다.

둘째 발탁인사를 적절히 활용하되 대상자 선정을 신중하게 해야 한다.

최근 능력주의 바람을 타고 조직내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파격적인 발탁인사를 단행하는 기업이 증가하고 있다.

광고대행사인 코래드는 이사를 사장으로 무려 3단계나 뛰어넘는 발탁인사를 했다.

발탁배경에는 젊은 사장을 통해 능력 중심의 인사.경영체제로 전환하겠다는 강력한 의지표명이 있었다.

삼성에버랜드는 입사 기수를 폐지하고 전사원 연봉제를 실시하는 등의 인사개혁을 단행했다.

군대의 군번에 해당하는 사번을 폐지하고 매년 승진이 가능토록 했으며 성과에 따라서는 최고 5억원을 인센티브로 일시에 지급하는 포상제도를 마련했다.

또한 승진에 필요한 최소연한을 없애 실적만 좋으면 매년 승진이 가능하도록 했다.

정부와 은행권이 올해 인사에서 파격적인 발탁인사를 단행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제 발탁인사는 기업의 특성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대세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다.

그러나 발탁인사에 객관성과 공정성이 부족하면 역효과도 많이 발생하게 된다.

실제로 유능한 사람들이 발탁되었다가 "왕따"를 당해 고전하는 경우도 있다.

본인 자신을 위해서나 개인을 위해서도 발탁인사는 그만큼 신중을 기해야 한다.

특히 우리 나라 사람들의 "배고픈 것은 참을 수 있어도 배아픈 것은 참을 수 없다"는 정서를 이해하고 발탁인사제도를 운영해야 한다.

셋째 능력개발과 연계된 승진관리를 해야 한다.

IBM,휴렛팩커드와 같은 세계 초일류기업들은 인적자본에 대한 투자를 최우선과제로 간주하고 있다.

지식사회에서 경쟁력은 지식근로자를 얼마나 양성하고 발전시키느냐에 따라 좌우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기업은 근로자의 직업훈련 능력개발 등을 통한 지식극대화를 위해 최선을 다해야 된다.

승진관리도 지식근로자 양성이라는 테두리 속에서 운영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밖에 승진적체가 심한 기업의 경우는 직위와 직책을 분리해 운영함으로써 승진의 유연성을 높여나가야 한다.

승진관리의 기본은 사람을 소중히 여기는 기업문화 속에서 찾을 수 있다.

승진관리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조직의 운명이 좌우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승진관리의 방식도 기업의 특성에 따라 달라져야 한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친구따라 강남가는 식으로 무조건 모방하는 데서 벗어나 "승진관리가 만사다"는 자세로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승진관리를 해나가야 한다.

경영자총협회 노동경제연 부원장 bmbyang@kef.kr.o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