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렌조 오일"은 불치병에 걸린 아들을 구하기 위한 부모의 지극한 정성을 다룬 영화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 작품에서 주인공 오돈부부는 의사들의 포기에 아랑곳없이 혼신의 힘을 다한 끝에 마침내 ALD(체내에 특수지방이 증가,전신이 마비돼 사망하는 병)의 특효약을 발명,죽음 직전의 아들을 살려낸다.

"카드로 만든 집" 또한 부모의 사랑은 기적을 낳는다는 걸 보여준다.

아버지가 사망한 뒤 자폐증에 걸린 딸을 고치고자 엄마는 주위의 비웃음을 무릅쓰고 카드로 하늘높이 올라가는 나선형 집을 만들고 이 과정에서 딸은 마침내 굳게 다물었던 입을 연다.

"미세스 다웃파이어"는 아이들을 만나려 가정부로 변신하는 아버지의 눈물겨운 사랑을 전한다.

가족사랑의 얘기는 영화에 그치지 않는다.

팀 피셔 전 호주부총리(54)는 지난해 여름 자폐증이 있는 다섯살짜리 장남을 돌보겠다며 공직에서 물러났다.

아들의 증세를 안 2년전부터 그만두려 했으나 아내가 말려 참았는데 더이상 일을 계속한다는 건 아이에게 너무 잔혹하고 아내에게도 불공평하다고 생각해 결심했다는 얘기였다.

그런가하면 지난 3월엔 일본 사민당의 이토 시게루(72) 중의원 의원이 식물인간 상태인 아내 레이코를 간병하겠다며 정계를 떠났다.

4월엔 제임스 루빈 미 국무부대변인이 98년 8월 결혼한 아내 크리스티 아만포 CNN기자와의 사이에 낳은 아들을 키우겠다며 사임했다.

영국에선 아내 셰리의 출산을 앞둔 블레어총리가 출산휴가를 얻을지 여부로 시끄럽다.

5월은 가정의 달이자 청소년의 달이다.

새삼스레 "가화만사성"을 되뇌이지 않더라도 가족의 사랑은 가정은 물론 사회를 지키는 힘이다.

청소년의 총기사건때문에 골치를 앓는 미국의 경우 청소년보호단체들은 이들 문제청소년의 80%가 집에서 학대나 폭력에 시달린 적이 있다며 가정폭력 예방외엔 특별한 대책이 없다고 주장한다.

호주정부 또한 비슷한 결과를 내놓았다.

국내에서도 청소년보호위원회의 조사 결과 초 중 고생의 66.2%가 부모와 대화가 안통한다고 대답했다.

폭력청소년의 대다수가 이혼가정을 비롯한 문제가정 출신임도 밝혀졌다.

화목한 가정은 돈만으로 이뤄질수 없다.

아버지들이 돈벌이나 사회적 출세에 매달려 자녀양육과 교육을 몽땅 엄마 책임으로 돌리는 한 따뜻한 가정은 기대하기 어렵다.

남편에게 소외당한 아내의 경우 자녀교육에 지나치게 집착한 나머지 오히려 아이들의 반발을 불러일으키거나 자신의 정체성을 인정받기 위해 집밖에서 서성거릴 수도 있다.

피셔나 루빈처럼 아이를 돌보기 위해 직장을 그만두고 "미스터 맘"의 길을 택할 정도까진 아니라 해도 이땅의 아버지들도 이제 "돈만 벌어다 주면 된다"거나 "내 출세가 곧 가족의 행복"이라는 생각에서 벗어날 때가 된 게 아닌가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