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학교 인문대학 설성경 교수는 한국고전문학이 전공이다.

그 중에서도 특히 춘향전 연구로 유명하다.

최근 프랑스 칸느영화제 경쟁부분 본선에 진출해 작품성을 인정받은 "춘향뎐"의 고증을 맡아 영화제작 처음부터 끝까지 임권택 감독과 함께 했다.

연세대학교 인문대학 3백13호 연구실.

고전문학 연구를 평생의 업으로 삼았으니 각종 옛 문헌들이 그의 서가를 장식하고 있는 것은 당연할 터.

그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책 속에서 묘한 생김새의 조각품 2점이 눈길을 끈다.

"3년 전에 나이지리아에서 구입한 그곳 부족민의 수호신상입니다.
집에도 저런 목상이 5개 더 있습니다"

설 교수는 이 목상이 아프리카의 촌락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으로서 우리나라의 장승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우리의 장승과 다른 점은 움직일 수 있게 돼 있다는 겁니다. 팔을 올렸다 내렸다 할 수 있습니다. 저 같은 경우는 일주일 단위로 팔을 올렸다 내렸다 합니다. 일주일간의 학문적 성과에 대해 스스로 만족하면 팔을 올리고 부끄러우면 내리고 하는 식이죠. 제 학문적 성취에 대한 반성의 계기로 삼고 있는 셈입니다"

설 교수는 요즘 이 부족 신상에서 재미있는 점을 발견했다고 한다.

"부처님상을 보면 양 미간에 동그란 점이 있는데 이것을 "백호"라고 합니다. 일종의 상징이죠. 이런 상징을 이 목상에서도 발견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목상 이마에 그려져 있는 세개의 점을 가리킨다.

그는 이 재미있는 발견을 더 깊게 파고 들어 이 상징체계의 기원은 어디인지, 또 어떤 경로를 통해 동아시아로 넘어오게 됐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연구성과를 내보일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물건을 수집하는 이유는 제가 평소에 관심을 갖고 있는 "거꾸로 보기" 운동 때문입니다. 저는 지금 우리에게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은 발상의 전환이라고 봅니다. 그런 점에서 인류문명의 발상지인 아프리카 문화를 돌아보고 이를 통해 우리 자신을 다시 한번 성찰해 봐야 하는, 그런 시점이 아닌가 생각하고 있습니다"

송종현 기자 scream@k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