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과학의 날을 맞이하여 대통령은 2002년까지 연구개발예산을 정부예산의 5%까지 확대시킬 계획이라고 밝혔다.

연구개발 예산비중은 97년에 3.9%까지 제고되었지만 외환위기 여파로 98년에 3.6%로 약간 감소했고 99년엔 3.7%,금년에는 4.1%로 증가했다.

숫자의 거품과 집계방식의 보완이 지적되고 있지만 프랑스 미국 일본 독일 등이 4~5% 범위인 점을 감안하면 정부의 계획은 높게 평가받을 일이다.

이러한 정부의지에도 불구하고 국가연구개발사업의 25%가 사업간 중복연구 등으로 효율성을 살리지 못하고 있고 국책연구소 역시 운영체계 및 전문화 등에 문제가 많다는 평가가 나왔다.

우리는 이러한 평가에 공감하면서도 과학기술예산의 효율성 증대라는 차원에서 보다 구조적인 문제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본다.

우선 국가연구개발사업 자체의 문제이다.

우리의 국가연구개발사업 체계는 너무나 복잡다기해서 국가차원에서의 공통적인 비전과 목표가 명확하지 않다.

숲은 보지 않고 숲속에서 나무들만 대상으로 아무리 평가를 해본들 그것은 매너리즘에 빠지고 만다.

국가과학기술위원회의 평가가 벌써 3년째임에도 그 실효성에 대해 의문이 많은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과기부 주도의 평가가 공정하냐고 각 부처가 들고 나오는 상황에서는 평가결과의 실질적인 피드백 (feedback) 도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더구나 중복성 문제 등 효율성 못지않게 효과성 측면의 평가도 중요한데 목표와 성격구분이 불명확한 상황에서는 이와 같은 평가가 제대로 이루어질 수가 없다.

연구소 지배구조의 실효성도 문제다.

연합이사회들이 소속연구소들에 대해 평가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총리실과 기획예산처의 평가수요를 대행하는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지적이다.

그동안 과연 제기능을 하고 있느냐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던 연합이사회라는 연구소 지배구조는 각 부처로부터 국책연구소들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확보하고 관련연구소간 시너지와 전문화를 제고하기 위해 도입되었다.

그러나 시너지와 전문화는 고사하고 독립성과 자율성이 확보되었는지도 의문이라는 지적이 있다.

예산이나 의사결정에서 연합이사회에 확실한 무게를 실어주지 못할 바엔 아예 연구소들을 각 부처로 돌려주는 것이 낫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과학기술예산을 아무리 늘린들 국가차원의 이정표가 분명하지 않고 하부구조가 비효율적이라면 그 효과는 제한적이다.

정부가 이번 기회에 이와 같은 구조적인 문제를 공론화하여 개선방안을 마련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