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붕괴 우려가 결국 현실로 나타나고 말았다.

우리나라는 두자리 폭락세로 아시아 시장 중에서도 가장 많이 떨어졌다.

각국 증권당국은 긴급 성명등을 발표하면서 투자자들의 불안심리를 진정시키고자 했지만 정부가 직접 주식을 사들이겠다고 발표한 대만을 제외하고는 떨어지는 주가를 되돌리는데 모두 실패했다.

세계증시 동조화( synchronization ) 추세의 부정적 측면이 극대화되고 있는 것이라고 보지만 이번 폭락세가 외환위기 당시보다 더욱 강력한 것이어서 증권투자자들은 긴장을 풀지 못하고 있다.

세계 증권시장이 마치 체인이 돌아가듯 연쇄 폭락사태를 빚는 것은 역시 최근 수년간 빠른 속도로 진행된 세계화 현상( globalization )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인터넷등 첨단주식들을 중심으로 조만간 버블이 터지고 말 것이라는 비판이 결코 적지 않았음을 생각한다면 이번 세계 증시의 급락세는 나름대로 설명의 여지가 없지도 않다고 하겠다.

싯가총액이 당기순이익은 커녕 매출액과 비겨도 수백배에 이르는 주식이 무더기로 쏟아졌고 "이익을 내기 시작하면 이미 벤처가 아니다"는 웃지못할 주장들이 무분별하게도 투자자를 현혹시킬 정도였으니 거품이 빠지는 것은 일면 자연스런 일이다.

미국만 하더라도 이익을 낸 기업보다 적자 기업의 주가가 지난해 더욱 큰 폭으로 올랐던게 사실이다.

문제는 우리경제가 이제 겨우 위기터널을 빠져나와 "회복 단계"에 있다는 점이다.

그동안 치러냈던 희생들이 자칫 허공에 날아가버리지나 않을지 그것이 걱정된다는 말이다.

정부 또한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예정에 없던 경제장관 간담회를 가진데 이어 어제(17일)는 재경장관이 적절한 증시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히는 등 투자심리 안정에 나서있다.

증시안정 대책은 그러나 근본을 두텁게 하는 것 외엔 다른 지름길이 없는 만큼 당국은 지난 12.12 주가부양대책과 같은 섣부른 가격지지정책을 동원하는 어리석음을 이번에는 되풀이하지 말아야 한다.

기관투자가를 동원하는등 인위적인 주가부양보다는 기업가치가 정확하게 주가에 반영될수 있는 합리적인 시장구조를 재구축하고 공정한 거래질서를 확립하는 것이 지금 당국이 취할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본다.

주가하락에 적지않은 책임이 있는 기업들도 자세를 바꿔야할 것이다.

기업은 마술사가 날렵한 손동작으로 장미꽃을 피워내듯이 주가상승만으로 언제까지 성장할수 있는 그런 조직이 아니라는 사실을 재인식해야 한다.

주가는 언제든 돌아올수 있는 것인만큼 당사자 모두가 냉정한 상황인식 아래 원칙에 입각해 대처해줄 것을 당부해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