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동신 < 농업기반공사 사장 >

미국 부통령이자 차기 민주당 대통령후보인 앨 고어는 환경에 대한 폭넓은 견해와 안목을 갖고 있어 "오존 맨"으로 불린다.

그는 "환경과 개발이 서로 교체되거나 대립되는 시대는 끝났다.
그것은 더 이상 선택의 문제일 수 없으며, 양자를 함께 이룰 수 있는 동일선상에 놓고 보아야 한다"며 환경과 개발의 조화를 강조했다.

부족한 수자원 확보를 위해 댐 건설이 불가피하더라도 강물의 흐름을 막는 댐 건설이 환경을 파괴한다면 환경을 보전하면서도 물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과 기술을 개발해야 하는 것이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다.

물론 누수방지나 물절약 등 수요관리의 효율성 제고로 물부족을 해결하는데 어느 정도 효과를 올릴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것들은 근본적 해결방안은 못된다.

보조적 수단에 지나지 않는다.

효율적인 수요관리와 함께 환경친화적 공급원의 개발이 있어야 하는 것이다.

그 방법의 하나로 물의 순환원리를 이용한 "녹색댐" 건설을 제안한다.

이것은 물 부족은 물론 지구 온난화를 완화할 수 있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올릴 수 있는 방법이다.

녹색댐이란 "수자원의 함양기능을 최대한 보유하도록 인위적으로 잘 관리된 산림"을 말한다.

우리나라는 65%가 산지다.

산림지역에 내리는 총강수량은 8백24억t에 달한다.

이중 산림의 수자원 저장량은 약1백80억t으로 추정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연간 수자원 총 이용량이 3백1억t 정도라는 것을 감안한다면 산림의 수자원 함유용량은 엄청난 것이다.

우리나라의 산림은 나뭇가지가 많이 달려 있는 수관층이 하나로 형성돼 있는 것이 대부분이다.

이것을 간벌 등을 통하여 인위적으로 수관층을 2개 이상으로 조성한다면 물저장량을 12%이상 늘릴 수 있다고 한다.

산의 정상지역은 빛을 좋아하는 나무를 심고 그 아래지역에는 다소 어두워도 잘 자라는 나무를 심으면 된다.

그리고 수종을 침엽수에서 활엽수로 바꾸면 물저장량이 1.2배 늘어난다고 한다.

그밖에도 산림은 지구 온난화의 주요인이 되는 이산화탄소를 자연적으로 흡수하는 역할과 수질정화의 기능을 한다.

지금까지 우리는 녹색댐이라면 주로 산림을 이용한 수자원 확보를 의미해 왔다.

그러나 이제부터는 환경친화적인 수자원 확보방안의 총칭으로 녹색댐을 보아야 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농지, 특히 논은 산림 못지 않은 녹색댐이다.

논의 환경적 기능을 살펴보면, 첫째로 홍수를 조절하고 지하수를 함양하는 기능이다.

우리나라 논둑의 높이는 보통 27cm다.

벼 재배에 알맞은 담수깊이 4cm를 제외하면 23cm만큼 물을 더 가둘 수 있다.

우리나라 전체 논에서 물을 추가로 더 가둘 수 있는 양은 27억t에 달한다.

이것은 소양감댐의 총 유효저수량 19억t의 1.4배다.

지상에 가둘 수 있는 물 뿐만 아니라 논 지하에 저장할 수 있는 물의 양은 1백36억t이다.

우리나라 국민이 1년간 사용하는 생활용수 62억t의 약 2.2배에 해당된다.

또 논은 토양유실을 방지한다.

수질을 정화하며, 대기 정화기능과 대기 냉각기능을 갖고 있다.

그밖에도 논은 생태계를 보전하며 아름다운 자연경관으로 심미적기능을 갖는다.

여름철의 탁트인 녹지공간과 가을철의 황금물결은 우리에게 말할 수 없는 만족감을 준다.

들판에서 우리가 느끼는 만족감은 단순한 심미적 기능을 넘어 우리의 혼과 문화를 느끼게 해준다.

안타까운 것은 이처럼 우리에게 중요한 농지가 매년 여의도의 1백배인 3만ha가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농지가 잠식당하는 것은 우리의 생명창고인 식량과 물을 잃는 것일 뿐만 아니라 우리민족의 문화마저 잠식당하는 것이다.

환경도 지키고 기후온난화와 물부족을 같이 해결할 수 있는 녹색댐을 건설하기 위해 농지와 산림보전에 우리 모두가 앞장서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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