밝은 웃음이 아름다운 탤런트 김지호씨.

그에게 수집품은 없다.

수집품은 커녕 제대로 간직하고 있는 물건 하나 찾아보기 힘들 정도다.

"제가 원래 좀 덜렁거려요. 인터뷰 요청 받고 남에게 내보일만한 것 없나 찾아 보느라 얼마나 고생했는데요. 하하하"

자신에게 난감할 수도 있는 상황을 특유의 맑은 웃음으로 받아 넘긴다.

그러면서 어렵사리 찾아낸 것이라며 가방에서 한 물건을 꺼내는데 뜻밖에도 양산이다.

수가 놓인 분홍색 양산.

극히 평범해서 왜 애장품이어야 하는지 알 도리가 없다.

그 의문은 김씨의 사연을 듣고 나서야 어느 정도 풀렸다.

"외할머니께서 어머님께 물려주신 것을 어머니가 제게 주신 거예요"

어머니가 김씨에게 물려준 이 양산은 20년도 더 된 "골동품"이라고 한다.

어떤 물건이건 소중히 보관하는 법이 없는 이 "덜렁이 아가씨"가 이렇게 평범한 양산을 신주단지 모시듯 간직하고 있는 이유는 외할머니에 대한 기억 때문이다.

"외할머니가 외출하실 때 항상 이 양산을 쓰셨던 기억이 나요.
강한 햇빛에는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셨거든요"

김지호씨는 외할머니가 돌아가시던 날을 잊을 수 없다.

"오빠가 고3때 외할머니께서는 오빠 잘 되라고 매일같이 새벽기도를 나가셨어요. 그러던 어느날 새벽기도 길에 고혈압으로 쓰러지셨죠"

얘기 도중 김씨의 목소리가 낮게 떨린다.

눈가에 살짝 물방울이 맺힌 것 같기도 하다.

사랑의 대물림.

그 양산에는 그런 사연이 담겨 있었던 것이다.

김씨는 오랜 공백을 깨고 조만간 MBC TV의 새로운 주말드라마에 출연할 예정이다.

"쉬면서 가장 보람 있었던 것은 그동안 소홀했던 사람들과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낼 수 있었다는 점이었어요. 친구들,가족들... 그 사람들이 제게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를 새삼 깨달았어요"

김씨는 양산을 통해서, 또 공백기를 통해서 사랑을 확인하고 있는 셈이다.

송종현 기자 scream@k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