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정상회담이 6월12일부터 14일까지 평양에서 개최된다.

94년 7월 김일성 주석의 급작스런 사망에 따른 회담 유보 이후 6년만의 일이다.

암울했던 20세기의 남북관계를 청산하고 새천년 새로운 남북관계를 형성해 나가기 위한 초석이 마련된다는 차원에서 실로 경사스런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동안 남북관계는 정상회담 개최를 앞두고 단절돼왔기 때문에 정상회담으로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았는데 역사의 흐름은 순리에 따르게 마련이라는 생각이 들게하는 대목이다.

남북정상회담이 개최된다는 것은 여러 의미를 가지지만 두가지를 지적할 수 있다.

하나는 주변강대국 중심으로 전개돼온 한반도 문제를 남북한 당사자가 직접 풀어나가게 됨을 의미한다.

특히 제3국이 개입되지 않고 남북한이 직접 회담개최합의를 도출해냈다는데 큰 의미를 둘 수 있다.

다른 하나는 남북한도 탈냉전 이후 거대한 세계변화조류에 동참할 수 있게 됐다는 점이다.

경제전쟁 디지털화 지식기반사회 등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세계에서 동떨어지게만 느껴지던 남북한이 명실공히 변화조류를 타게 되는 것이며 동아시아 경제협력의 중심축으로 자리잡을 수 있는 기회도 주어지는 것이다.

이와 같이 민족사적 관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진 정상회담이 남북한이 합의한대로 개최된다면 경제적 측면에서 어떤 효과를 가질 것인가가 바로 뒤따르는 의문일 것이다.

우선 개최 전망은 대단히 밝다고 생각한다.

북한은 작년부터 전방위 외교를 추진하면서 선진국들과 경제관계 개선에 주력해 오고 있다.

이 과정에서 남한과 대화재개는 물론 경제협력 없이는 세계경제 질서로의 진입이 사실상 어렵다는 점을 인식했을 것이다.

더욱이 현 정부가 출범 이후 지금까지 햇볕정책 기조를 변함없이 유지하고 있을뿐 아니라 베를린 선언을 통해 북한에 대한 실질적인 경제지원 용의를 밝혔다는 점은 북한이 정상회담을 결심하게 하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무리가 없을 것이다.

결국 우리도 필요했지만 북한도 그 이상으로 정상회담을 필요로 하고 있기 때문에 성사 가능성이 높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경제적 측면에서도 그 효과는 지대하다고 본다.

외환위기를 이제 막 극복한 상태에서 대북경제지원이 힘겹게 느껴질 수도 있으나 단기적인 성과에만 집착할 문제는 아니다.

외국자본이 한국에 진출할 때 가장 먼저 점검하는 것이 정치적 위험도,즉 북한의 도발가능성과 같은 남북의 대치상황이다.

남북한의 화해협력 무드는 외국자본의 한국 진출을 원활히 하는 원동력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좀더 나아가 정치군사적 긴장의 완화로 분단비용이 줄어들게 되는 것 또한 큰 효과다.

실질적인 남북경협도 크게 확대될 전망이다.

지난 10년여동안 남북경협이 추진돼 왔으나 항상 벽을 넘지 못했다.

우리 기업의 대북투자가 저조하다는 데서도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단순교역과 위탁가공사업은 꾸준히 유지돼 왔지만 경제적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투자는 몇 건 성사되지 못했다.

정상회담을 통해 이 물꼬를 트게 된다면 남북한이 가지고 있는 경제적 우위가 상승작용을 일으키게 될 것이다.

이는 남북한 공히 국제사회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는데 일익을 담당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으로서도 남북관계가 개선되지 않은 상황에서 자본주의 국가들과의 관계 개선을 도모하는 것은 절름발이일 수밖에 없으므로 세계 경제 질서에 편입하는데 튼튼한 가교를 놓게 되는 셈이다.

회담개최 자체는 남북한이 합의를 했다.

이제는 이를 잘 치러냄으로써 그 효과를 극대화시키는 과제가 남아있다.

우선 정부와 여당은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 내는데 주력해야 한다.

정상회담 문제가 국내 정치쟁점화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는 한편 국민들의 적극적인 지지를 기반으로 힘을 배가시켜야 한다.

기왕에 합의된 사항이므로 실무 접촉 자체도 판문점에서 진행하는 것도 좋은 방안이 될 것이다.

대북 지원을 위한 자금확보를 명확히 해야 한다.

일본의 청구권 자금 활용이나 국제금융기구로부터의 차관 도입 등은 현실적으로 무리가 있다.

국내적으로 자금을 확보하는 방법,남북한이 공동프로젝트를 만들어 국제금융기구로부터 자금을 확보하고 이를 정부가 보증하는 방법 등 이 문제도 남북한이 주체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국제사회의 적극적 동의를 구해 나가는 것도 간과해서는 안된다.

합의 자체에 만족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부터가 더 중요하며 첫 술에 배부를 수 없다는 점은 재차 강조할 필요조차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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