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점록 병무청장 jloh@mma.go.kr >

맹모삼천지교는 맹자의 어머니가 아들의 교육을 위해 세번 집을 옮겼다는 데서 유래한 것으로 환경의 중요성을 강조할 때 흔히 인용하는 말이다.

그러나 요즘처럼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복잡하고 다원화된 세상에서 좋은 환경을 좇아 맹모삼천지교를 실행에 옮기는 것이 가능한 일일까.

이 보다는 오히려 아무리 어려운 환경이라도 이를 지혜롭게 극복하고 슬기롭게 활용할 수 있는 용기와 자신감을 길러주는 것이 어른들의 역할이 아닐까 생각한다.

군에서 사단장으로 재직중이던 90년대초 겨울얘기다.

강원도 전방에서 군대생활을 했던 사람은 기억하겠지만,그곳의 겨울은 눈이 많이도 내린다.

한번 눈이 왔다하면 2m가 넘게 쌓이는 곳도 많다.

평소에도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여 하늘만 빤히 보이기 때문에 "거기는 몇만평이냐. 우리는 몇만평이다"라며 부대의 규모를 땅 평수가 아닌 눈에 보이는 하늘의 면적을 가지고 농담을 주고 받기도 한다.

그리고 그곳 병사들의 겨울은 제설작업에 상당한 시간을 보낸다.

온 산야가 하얗게 변해 교통이 두절되어 외출이나 외박도 불가능한데다 마땅한 여가활동을 즐길 수도 없다.

젊음을 발산할만한 마땅한 놀 거리가 없기 때문에 고참은 하급병사들을 귀찮게 하기가 일쑤였다.

나는 그때 릴레함메르 동계올림픽의 봅슬레이경기 중계방송과 일본 삿뽀르에서 열린 얼음 조각전시회 장면을 보면서 당시의 어려운 환경을 지혜롭게 활용할 아이디어를 생각해냈다.

그중 하나는 비탈길의 눈을 양쪽으로 치워 통로를 만든 뒤 빈 쌀포대를 타고 내려오는 중대대항 "봅슬레이경기"요, 다른 하나는 눈을 건초더미처럼 높게 쌓아 올려 물을 적당히 뿌려 얼린 다음 만들어내는 "눈조각 경연대회"를 가짐으로써 병사들의 지루한 겨울 내무생활을 뜻 있고 재미있게 보내게 했다.

힘 안들이고 눈 치워 좋고 체력도 단련하며 전우간에 단결력도 길러주는 그야말로 1석3조의 성과를 거두었던 기억이 난다.

그때 일을 생각하면 지금도 뿌듯하고 즐겁다.

자칫 지루하고 따분하기만 했을 그해 겨울을 그처럼 재미있고 풍성하게 보낼 수 있었던 것은 주어진 환경을 지혜롭게 활용해보려는 작은 노력 덕분이었다.

지금 이 순간 어려운 삶의 고비를 맞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주저앉아 있을 것이 아니라 이것을 반전시킬 수 있는 기회로 활용할 방법은 없는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보라고 권하고 싶다.

길은 반드시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