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5학년때 병으로 주저앉게 된 이후 19년만의 세상구경이었습니다 .문 밖에는 사람들이 살고 있었습니다"

근이영양증에 걸려 거동이 불가능한 청년의 문밖 나들이 소감이다.

이 청년은 단칸방에서 파출부를 나가는 어머니와 단 둘이 살고 있었다.

움직임이 자유롭지 못한 이 청년이 좁은 방에서 나와 바깥세상을 볼 수 있었던 것은 한벗장애인이동봉사대라는 단체의 도움이 있었기 때문이다.

한벗장애인이동봉사대는 1978년 이후 어린이 근로자 장애인을 위해 자원봉사 활동을 벌여오던 자원봉사자 모임인 한벗회가 주축이 돼 결성한 순수자원봉사 단체다.

한벗회 회원들은 1991년부터 92년까지 운영했던 "뇌성마비 장애인 교양대학"을 통해 중증 장애인들에게 이동수단이 절실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들은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한 휠체어사용 장애인들을 돕기 위해 93년 한벗장애인이동봉사대를 만들었다.

서울 본부를 비롯해 인천 안양 성남 익산 대전 부산 등 7개 지역에서 장애인들의 "발"역할을 하고 있다.

이 단체는 금전적으로 지원하는 후원회원과 차량을 제공하는 자원봉사 회원,그리고 도움을 받는 이용회원으로 구성돼 있다.

차량을 제공하는 봉사회원들은 대체로 매월 정기적으로 회비를 납부하는 후원회원 역할도 함께 맡고 있다.

현재 서울.경인 지역은 7백여명이 봉사회원으로 등록돼 있다.

한달에 1회이상 꾸준히 활동하는 사람만 1백명이 넘는다.

서울 서초구청에 근무하는 오선환 회원은 지난 3월 한달동안 8번이나 장애인들의 다리역할을 했다.

회원 면면을 살펴보면 공무원이나 회사원 학생 자영업자 주부 등 다양하다.

직업 나이 성별 등 어떤 기준으로도 이들을 한데 아우를 수는 없다.

하지만 단 한가지 공통 분모를 찾을 수 있다.

각박한 세상에서 한벗봉사대 회원들은 가치를 가늠할 수 없는 따스한 마음과 장애인에 대한 깊은 애정을 지니고 있다.

5억원의 기금이 없어 사회복지법인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것이 아쉽다고 박선옥 사무국장은 전한다.

큰손(?)회원들이 기부금을 내도 세금 혜택을 못 받기 때문에 부탁조차 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장애인용 리프트가 설치된 차량이 겨우 1대뿐이어서 도움을 원하는 장애인들의 요구를 제대로 들어주지 못할 때가 가장 안타깝다고 그는 덧붙였다.

지난해 12월기준 한국의 장애인 수는 69만7천5백여명이다.

98년에 비해 17만명이 증가한 수치다.

교통사고나 뇌졸중 등 후천적 요인으로 장애인이 되는 경우가 크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이택규 영남방재엔지니어링 대표가 이사회 의장을 맡고 서중식 연세대 신학과 교수,한충길 전 보건복지부 국장,채규철 두밀리 자연학교장 등 20명이 이사로 모임을 꾸려나가고 있다.

< 정대인 기자 bigman@ked.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