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나라에서나 선거는 경기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그 때문에 정치적 경기변동이론이라는 것도 생겨나게 된 것이다.

한국의 역대 선거의 경제적 충격을 분석한 보고서를 보면 선거 전에는 물가와 금리가 떨어졌다가 선거 후 최소 3개월 동안 상승한 것이 보통이다.

현재 선거열기로 보아 국회의원 선거가 끝나면 예외없이 이런 현상이 되풀이 될 것이다.

그 경우 당초 정부가 제시한 경제목표를 달성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런 사정에 비추어 최근 경기예측이 정부 주도로 진행되는 현실을 평가해 보자.

경제정책 책임자는 한 강연회에서 인플레이션 관리목표를 당초 3%에서 2.5%로 하향 조정하고 경제성장률과 경상수지는 당초 목표대로 각각 6~7%와 1백20억달러를 유지하겠다고 언급했다.

그런가 하면 일부 외국 투자기관들은 오히려 정부보다 경제성장률을 높게 잡아 발표하고 있다.

물론 그것도 가능하다.

하지만 이런 외국기관의 전망도 하나의 예측치에 불과할 뿐이다.

괜히 현혹될 필요는 없다.

특히 1997년 10월 IMF(국제통화기금)가 한국경제를 밝게 전망했는데도 불구하고 그 다음 달에 외환위기를 당한 경험을 갖고 있는 우리로서는 더욱 그렇다.

유가 주가 반도체가격의 급등과 급락에 나타나듯이 경제환경에는 불확실성이 많다.

또 경기를 예측하는 경제이론이 단 하나가 아니기 때문에 예측에 이용되는 경제모형에 따라 예측치가 얼마든지 다를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최근들어 정부 발표와 다른 예측치를 제시하는 국내 민간연구기관들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이전 같으면 한국은행 한국개발연구원(KDI) 한국금융연구원 한국경제연구원 삼성경제연구소 LG경제연구원 등의 경기예측치가 서로 비교 소개되는 것이 보통 아닌가.

경제상황에 대한 언론 보도를 보고 자료를 얻기 위해 한국은행 데이터베이스에 들어가 보자.

최근 자료 입력이 전보다 너무 늦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혹시 민간연구기관들이 경기예측에 어려움을 느끼는 것은 바로 이런 원활하지 못한 자료 공급 때문은 아닌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거가 경제에 미치는 효과를 긍정적으로 고려해 경제성장을 당초 목표보다 더 올려 놓은 모 민간연구소는 또 어떻게 봐야 할 것인가.

이 시점에서 한국경제는 선거충격 외에도 중대한 두가지 경제현안에 직면해 있다.

때문에 정부 예측치와 다른 경제성과가 얼마든지 나올 수 있다.

기업이나 전문가들이 정부와 다른 예측치를 발표하는 기관들의 연구내용을 알고자 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첫째,선거 이후 금리인상은 외국자금 유입을 더 증가시킬 수 있고 이로 인해 원.달러 환율은 더 하락할 수 있다.

이미 자본유입으로 인해 원.달러 환율은 최근 1천1백원 밑으로 떨어졌다.

무역협회가 조사한 수출기업의 손익분기점 환율수준 1천1백20원보다 더 낮아졌다.

환율이 더 하락할 경우 외국 투자가는 한국에 투자함으로써 유가증권에 대한 투자이익뿐만 아니라 환차익을 누릴 수 있다.

자본시장이 개방돼 있어 정책당국이 원.달러 환율의 급락을 방지하려면 정부가 외환시장에 적극 개입해야 한다.

선거 이후에는 선거로 풀린 통화를 환수해야 하는데 유입자본까지 중화해야 하는 부담이 중앙은행의 능력을 시험하게 될 것이다.

둘째,유가인상에 의한 소비억제보다는 석유세 인하와 비축물량의 확대라는 수단을 통해 정부가 국제 유가상승에 대응해왔기 때문에 조세수입의 감소는 뻔한 일이다.

정부는 재정적자를 축소하기 위해 국채의 당초 발행규모를 11조원에서 8조원으로 줄였다.

하지만 국채의 상환일정도 이 정부가 물러나는 2004년부터로 계획돼 있어 현재 정책당국자 가운데 재정적자에 대해 책임을 질 사람이 없는 상황이다.

한국경제는 지금 해외 2고(고유가 고국제금리)와 국내 4고(고유가 고임금 고원화 고재정적자)요인에 직면해 있다.

모든 것이 잘돼 간다면 다행한 일이다.

하지만 선거 후 한국경제 상황은 정부가 예상하는 것만큼 좋지않게 전개될 가능성도 얼마든지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보다 다양한 기관들의 경기예측이 절대로 필요하다.

이를 통해 일반국민들이나 전문가들은 미래 경제의 최상과 최악의 상황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정부가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비하지 않고 경제를 운영하는 것은 시장참여자들을 불안하게 만든다.

왜냐하면 우리는 이미 한 방향으로만 경제를 예측하고 반대의견에 귀를 기울이지 않다가 IMF체제로 간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그 때는 그나마 한국경제가 멕시코 사태로 갈 수 있다는 경고도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정부와 다른 경제예측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선거 이후 경제상황이 꼭 밝지만은 않은 데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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