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할 가치있는 벤처기업을 가려내려면 무엇을 먼저 봐야 할까" 베테랑 벤처캐피털리스트들에게 이같은 질문을 던지면 열에 아홉 은 "사람"이라고 답한다.

미국의 전설적인 벤처캐피털리스트 아서 락( Arthur Rock )은 "첫째도 사람,둘째도 사람,그리고 셋째도 사람"이라는 말을 남겼다.

즉 경영자의 자질이 "알짜벤처"인지 아닌지를 구별해내는 가장 좋은 판단 기준이라는 말이다.

어차피 벤처기업은 모든 걸 갖춘 채 시작하지 않는다.

어떤 부분에든 취약점이 있을 수밖에 없다.

이 난관을 이겨내려면 무엇보다 경영자의 자질과 의지가 필요하다.

1990년 창업된 CTI(컴퓨터전화통합) 전문 업체 로커스(대표 김형순).지난 98년말 영국 플레밍그룹의 자회사인 자딘플레밍일렉트라로부터 1천6백만달러의 외자를 유치,단번에 코스닥의 간판 스타로 떠올랐다.

투자유치 배경엔 김 사장에 대한 신뢰가 절대적이었다는 사실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MIT에서 MBA과정을 마친 김 사장은 지난해 중기청 벤처기업 대상에서 최고 벤처기업인으로 뽑히기도 했다.

물론 앞선 기술력을 갖추고 있는지,사업의 시장성이 있는지의 여부도 중요하다.

대개 경영자의 마인드가 올바른 벤처기업들은 대부분 기술력도 뛰어나다.

한눈 팔지 않고 연구개발에 집중하기 때문.자연히 독창적인 기술로 개척한 시장의 전망도 밝은 경우가 많다.

이들에게 코스닥 등록은 하나의 과정일뿐이다.

반면 벤처열풍을 틈타 겉포장을 잘해 순진한 투자자들의 자금만 끌어들이려는 기업들도 있다.

좋게 이야기하면 "무늬만 벤처"고 직설적으로 말하면 "사기꾼 벤처"다.

이들은 연구개발보다 코스닥 등록에 더 관심을 둔다.

따라서 홍보나 광고에 역량을 집중한다.

회사가 조금 뜨기 시작하면 장외시장에 주식을 유통시키고 주가를 관리한다.

한 우물을 파기보다 여러 사업에 손을 대면서 선전에 열을 올린다.

깊이 있는 기술력을 축적하기 힘든 건 당연한다.

무늬만 벤처들은 인터넷 공모를 선호하는 경우가 많다.

10억원 미만을 공모할땐 재무제표나 회사현황을 공시하지 않아도 됐다는 점을 이용한 것.회사내용에 자신이 없으니 그냥 얼렁뚱땅 돈을 끌어들이려는 속셈이다.

곧 코스닥에 등록돼 몇 배의 수익을 올려줄 것처럼 개인 투자자들을 유혹한다.

이런 "묻지마 투자"에 빠져들면 수익은커녕 원금도 회수하기 힘들 수도 있다.

이들은 이 자금으로 룸살롱 단골이 돼 각종 로비를 일삼기도 한다.

또 벤처기업이라는 간판만 걸어두고 주식투자를 주업으로 삼기도 한다.

재정경제부는 무분별한 인터넷 공모를 통해 일어날지도 모를 피해를 막기 위해 오는 4월중에 증권거래법 시행령을 개정,공모금액이 10억원 미만인 경우라도 공모기업에 대한 회사경영상태 공시를 의무화할 방침이다.

물론 인터넷 공모가 무조건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일반인들에게 투자 기회를 늘려주기 위해 실시하는 우량벤처들도 적지않다.

서욱진 기자 venture@ k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