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영기 < 삼성생명투신운용 대표 ykhwang@samsung.co.kr >

양지바른 곳의 개나리가 노란 봉오리를 내민다.

남쪽지방에서 시작된 꽃 소식이 전국으로 퍼질 날도 멀지 않았다.

제주의 칠선녀 축제,진해의 군항제나 군산.경포대의 벚꽃잔치는 전국적으로 소문난 봄 축제들이다.

서울에서는 여의도 윤중로와 국회의사당 뒤편의 30~40년생 벚꽃도 꽤나 유명한 편이다.

여의도는 매우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는 곳이다.

우선 의회정치의 중심지다.

그리고 방송에서나 접할 수 있는 대중스타 연예인들을 길거리에서 마주치기도 하는 곳이다.

대중집회의 상징이기도 했던 여의도 광장이 이제는 공원으로 단장되어 주말 가족 나들이의 새로운 명소가 되고 있다.

그러나 여의도를 가장 여의도답게 하는 것 중의 하나는 증권거래소를 중심으로 형성된 "자본시장의 1번지"라는 점일 게다.

투신사와 증권사 빌딩이 즐비한 이곳은 가히 "한국의 월가"라고도 불린다.

이 곳엔 하얀 와이셔츠에 넥타이 차림이나 단정한 유니폼차림의 증권맨들이 늘 분주하게 돌아다닌다.

정치와 대중문화 그리고 자본시장의 중심인 여의도에는 매일 다양한 정보가 넘쳐 난다.

새로운 화제를 만들어내며 뉴스의 초점이 되고 있다.

매일의 여론 동향에 신경이 곤두서 있는 정치인이나,대중의 관심을 자극하기 위해 고심하는 대중스타들,그리고 매일의 주가동향에 가슴을 쓸어내리는 펀드매니저와 증권맨들,심지어 주가에 따라 매상이 달라진다는 여의도 식당가의 주인들...

이들 모두가 여의도를 이끌어 나가는 사람들이다.

그러나 이들이 빠져나간 여의도의 주말은 썰렁하다 못해 삭막하기까지 하다.

여의도를 삶의 전쟁터로 생각하는 까닭에 여의도 자체를 즐길 여유가 없는 듯하다.

이제 여의도에도 벚꽃이 필 날이 멀지 않았다.

지금껏 객지 사람들에게 양보했던 윤중로의 벚꽃놀이를 올해에는 여의도 사람들이 함께 어울려 즐겨보는 건 어떨까.

따사한 햇살 아래 탐스럽게 피어난 벚꽃이 눈 날리듯 길에 떨어져 내리는 꽃잎을 밟으며 계절의 향기를 느껴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늘 바쁘겠지만 시간을 내 여의도 공원에서 도시락을 먹으며 따뜻한 봄기운을 몸으로 느껴보자.

봄날의 따스한 햇살이 여의도 사람들의 가슴에 가득하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