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후 2차 금융구조조정의 핵이 될 은행간 합병문제를 놓고 정부 고위관료들이 서로 다른 신호를 보내고 있어 오히려 금융시장 혼란을 부채질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헌재 재정경제부 장관은 30일 "은행간 대규모 합병이 연내에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강제적인 금융기관의 합병에 나서지는 않는다"면서"금융기관들이 자발적으로 합병할 것 같지 않다는게 나의 판단"이라고 밝혔다.

이 장관의 이날 발언은 지난 27일 "연내 은행권에 합병과 같은 구조조정이 있을 것으로 보지 않는다"는 말을 재차 강조한 것이다.

같은 날 이기호 청와대 경제수석도 "총선후 짝짓기나 퇴출과 같은 인위적인 금융구조조정은 있을 수 없다"고 거들었다.

이같은 발언들은 총선후 예상되는 금융구조조정에 대한 불안심리를 잠재우기 위한 것이라는 관측이다.

경영자 선정에 애를 먹고 있는 서울은행을 인수나 합병 방식으로 처리할 것이라는 일각의 예측을 무마하려는 의도도 엿보인다.

그러나 연초부터 줄곧 우량은행간 합병만이 경쟁력 강화의 첩경이라고 역설해 온 이용근 금융감독위원장의 입장과는 다른 것이어서 시장혼란만 가중시키고 있다.

이 위원장은 지난 16일 금융연구원 초청 조찬강연에서 "규모의 경제와 선발효과를 누릴 수 있는 대형 우량은행이 탄생하기를 시장은 고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30일 인천상공회의소 초청 조찬강연에서도 디지털금융을 강조하면서 "디지털금융은 투자소요는 많은데 예대마진은 축소된다"며 "살 길은 시장점유율을 높이는 길이지만 모든 은행이 동시에 점유율을 높일 수는 없으므로 적자생존이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사석에서 "국내에도 세계 1백위권 안에 들어가는 대형은행 탄생이 시급하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박민하 기자 hahaha@k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