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안동 천등산에 위치한 봉정사는 얼마전까지 현존하는 한국 최고의 목조건물로 알려져 있던 극락전(국보15호. 1363년 중수)이 있다.

그런데 최근 봉정사 대웅전해체공사중 1361년(공민왕10)에 중수했다는 기록이 나와 대웅전이 극락전보다 더 오래된 건물임이 확인됐다.

무엇보다 다행스런 일은 대웅전 불상뒤 벽면에 그려진채 내팽게처졌던 후불벽화가 1428년(조선 해종10년)에 그려졌다는 기록까지 나와 현존 후불벽화중 가장 오랜 것임이 밝혀졌다는 사실이다.

지금까지 가장 오랜 것으로 알려졌던 전남 강진 무위사 극락전 후불벽화 "아미타 삼존불상"보다 48년이나 앞선 벽화임이 확인된 것이다.

한국의 불화는 족자나 액자형태로 만들어 벽면에 거는 탱화가 대부분이고 원형을 보전하고 있는 벽화는 극히 드물다.

후불탱화는 아니지만 부석사 조사당(국보19호)에 6폭의 벽화(국보46호)가 고려말의 것으로 가장 오래됐고 통도사 선운사 등에 벽화가 몇점씩 남아 있을 뿐이다.

무위사벽화는 지난 76년 후불벽화 1점만 남겨두고 나머지 28점은 보존각을 지어 보존해왔지만 봉정사 극락전의 벽화들은 72년 해체복원하면서 그중 일부가 지금까지 처마밑에 방치되는 등 관리가 부실했던게 사실이다.

대웅전의 후불벽화는 해체하지 않은 탓으로 그나마 살아남은 꼴이다.

문화재 당국이 후대에 개칠되거나 덧그려져 문화재의 가치가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 이었을까,아니면 예산부족 때문이었을까.

후불벽화가 있는 봉정사 대웅전은 보물55호로 지정돼 있다.

사찰에도 문제는 있지만 수없이 그곳을 드나들었을 문화재관리자나 불교미술학자 고건축연구가들은 후불벽화를 보지못하고 그 가치를 판단하지도 못했다는 것인지 아리송하다.

수십년을 내팽개쳤다가 기록이 나오자 "최고의 후불벽화"니 "최고의 목조건물"이니 뒤늦게 호들갑을 떠는 문화재청이 곱게만 보이지는 않는다.

"국보"지정도 중요하지만 문화재는 찾아 보존하는 노력이 더 중요하다.

일찍 손을 썼더라면 지금보다는 덜 훼손됐을 것이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