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이년,황무석하고 몇 번이나 했어?"

진성호가 자신이 절정에 다가오고 있음을 느끼면서 자신도 모르게 내뱉었다.

그녀는 듣지 못했는지 신음소리를 계속 냈다.

"너 이년 황무석한테 몇 번이나 벌렸어?"

진성호가 사랑행위를 계속하여 절정에 향하면서 큰소리로 외쳤다.

그녀의 신음소리가 뚝 그쳤다.

대신 낮은 흐느끼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 순간부터 그녀는 죽은 시체 모양 아무런 움직임이 없었다.

잠시 후 그런 그녀의 몸속에 그는 사정을 했다.

침대에서 일어난 진성호는 바지를 추스린 후 그녀에게 시선을 보냈다.

옆으로 돌아누워 있는 그녀의 어깨가 가늘게 흐느끼고 있었다.

진성호는 의아해하며 고개를 돌려 그녀의 얼굴을 보았다.

손가락을 꼭 깨문 입과 꼭 감은 눈이 보였다.

그리고 감은 눈에서는 눈물이 계속 나와 뺨을 거쳐 침대 시트를 적시고 있었다.

잠시 어리둥절해 있다가 그는 황무석에 관한 말이 그녀에게 상처를 주었음을 깨달았다.

진성호는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다고 과거에 사랑행위를 하면서 여자를 비하하는 말을 하는 것이 별 의미 없는 자신의 버릇이고,다른 여자들은 싫어하지 않았다고 구차하게 설명할 처지도 아니었다.

그는 침대 옆 의자에 앉아서 그녀의 울음이 그치기를 기다렸다.

"그냥 가세요" 잠시 후 그녀가 말했다.

"아니,같이 나가요"

"괜찮아요. 그냥 가세요"

"같이 나가면 술을 한잔 사겠어요"

그녀는 아무 말 하지 않았다.

반 시간쯤 후 그들은 조용한 카페의 한쪽 구석에 마주보고 앉아 있었다.

대화를 통해 진성호가 그녀에 관해 알아낸 것은 이름은 이미지이고 나이는 25세,음악대학을 다니다 아버지 사업의 실패로 중퇴해 가수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동생들 학비를 조달한다는 것이었다.

그녀가 진성호에 관해 알아낸 것은 대해실업을 창업한 아버지는 7년 전에 돌아가시고 위로 누이와 형이 있으며,누이는 연극 연출가이고 홀머니를 모시고 있는 형은 7년 전 진성호에게 경영권을 넘기고 회사를 떠나 세계 여행과 영화제작에 전념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현재 "박정희의 죽음"이라는 뮤지컬을 형이 제작하고 누이가 연출을 맡아 리허설에 전념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형님은 회사를 떠나 행복하시대요?" 이미지가 물었다.

"지금 하는 생활에 대단히 만족해하고 있는 것 같아요.

항상 잠바를 걸치고 자가용도 없이 전철을 타고 다니지요.

언젠가 나한테 취중에 전철이 현대인이 가장 행복할 수 있는 조건이라고 했어요"

진성호의 말에 이미지가 의아해하는 시선을 보냈다.

"자가용 안에서는 항상 누구를 죽이거나 자신이 살아남으려는 음모를 꾸미게 되고,전철 안에서는 사람들의 체취 속에 흐뭇한 추억을 회상하게 된다는 거지요."

이미지는 역시 이해 못하는 표정을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