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위해서 나직하게 마이웨이를 불러줄 수 있어요?"

진성호가 의자에 앉은 채 침대 모퉁이에 앉아 있는 여가수에게 말했다.

그녀가 진성호의 진의를 확인하려는 듯 빤히 보았다.

그런 다음 보던 잡지를 덮고 일어나 창 밖을 보며 팔짱을 낀 채 "마이 웨이"를 부르기 시작했다.

진성호가 그녀의 뒤로 가 그녀를 똑바로 마주보게 한 후 살며시 껴안고 그녀가 부르는 노래에 맞춰 서서히 스텝을 밟기 시작했다.

그의 귀에 바짝 붙은 그녀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음성은 감미로웠다.

두번째 소절이 시작되어 "I have loved, laughed and cried (나는 사랑했고 웃었고 그리고 울었다)"라는 구절이 나오면서 그는 따라 불렀다.

사랑,아니 인생의 모든 것을 한 문장으로 표현할 수 있다면 바로 그것이라고 항상 생각하며 그 구절을 좋아했기 때문이었다.

그녀의 감미로운 목소리가 그의 귀로 옮져지면서 진성호는 자신이 그때까지 경험하지 못했던 느낌을 받았다.

7년 동안 빠져나올 수 없었던 김명희의 흠모에 찬 눈길에서 해방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느낌이었다.

"황무석에게 나에 대해 물어봤어요?"

스텝을 옮기면서 진성호가 물었다.

그녀가 노래를 하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왜 물어봤어요?"

"내가 알았던 사람과 너무나 닮았어요"

"사랑했던 사람인가요?"

그녀가 다시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의 노래가 끝났을 때 진성호는 선 채로 고개를 돌려 그녀의 입술을 찾았다.

차가운 입술이었다.

좀더 정열적으로 그녀의 입술을 찾았으나 이제는 반항기마저 보였다.

순간 진성호는 그가 방에 들어와 지갑을 꺼냈을 때 그녀가 지은 슬픈 표정이 가식이었음을 알아챘다.

돈을 받고 몸을 내주는 여자의 피할 수 없는 특징은 자신의 입술을 음부보다 중요하게 여긴다는 것이었다.

동시에 김명희의 흠모에 찬 눈길이 그녀의 감미로운 목소리로 대치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품었던 자신의 어리석음을 깨달았다.

진성호는 그녀를 안은 채 힘으로 밀어붙여 침대에 눕히고 정장 차림인 그녀 위에 올라탔다.

다시 그녀의 입술을 찾았으나 고개를 돌려 피하려는 시늉을 했다.

진성호의 가슴에서 절제할 수 없는 욕망과 분노가 치밀어왔다.

그는 그녀의 스커트를 위로 올려붙였다.

반항하는 그녀를 한 손으로 제압하고 다른 손으로 더듬어 그녀의 스타킹과 팬티를 벗겼다.

그의 몸 일부가 억지로 스커트만 위로 젖힌 정장 차림 그대로인 그녀의 몸속에 진입했을 때 그녀의 반항기는 줄어드는 듯했고,그의 몸동작이 속도감을 더하면서 그녀의 입술을 찾았을 때 그 입술은 정열적이었다.

그 순간 진성호는 여자가 원했던 것이 무엇인지 알았다.

섹스였다.

섹스에 노예가 된 젊은 여자...

바로 매음을 직업으로 타고난 여자가 그녀라고 생각했다.

그녀의 환희에 찬 신음소리가 고통스러운 울부짖음으로 이어지면서 그녀에 대한 자신의 판단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