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미국 클린턴 대통령과 영국 토니블레어 총리는 인간게놈 연구결과의 공개이용에 관한 성명을 발표했다.

이는 즉각 바이오칩들의 하락을 가져왔다.

전세계적 주요 주식시장에 영향을 미침으로써 큰 화제가 됐다.

아직 연구가 완료된 것도 아닌데 왜 두 정상은 성명을 서둘러 발표했을까.

먼저 순수론이다.

기초연구는 시장실패 영역이다.

개인의 전유가 매우 어려워 시장에 맡겨서는 사회적인 적정투자를 기대할 수 없다.

그래서 정부가 나서고 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생명공학산업은 다른 업종과 달리 과학의존형 혁신양태를 보인다.

기초연구가 바로 상업화로 이어지는 분야이다.

따라서 민간이 높은 사적 수익률을 기대하면서 목적기초연구에 도전할 개연성이 높고 정부의 고유영역과 충돌하기 쉽다.

지적재산권을 보호한다는 것은 혁신을 촉진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연구성과가 광범위하게 확산되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므로 이 두가지를 어떻게 조화시키느냐가 관건이다.

특히 게놈프로젝트 연구결과는 인간본연의 문제와 변칙적 오용의 위험성도 안고 있다.

그런데 민간회사인 셀레라(Celera)가 이미 상당부분 특허출원한 상태다.

기업의 전유권 인정으로 기대되는 이익과 위험성보다는 확산을 통해 기대되는 사회경제적인 수익이 훨씬 크다는 것이다.

그러나 법적 시비 가능성은 아직 남아 있다.

다음은 음모론이다.

게놈프로젝트를 주도한 미국의 NIH는 소위 "Not Invented Here"증후군의 대표기관으로서 세계최고의 자존심을 가진 곳이다.

그런데 이곳에서 주도하는 게놈프로젝트에 관여했던 벤터(Venter)가 벤처를 시작하면서 문제는 꼬이기 시작했다.

벤터는 셀레라라는 회사를 차렸고,보다 빠른 기간내에 보다 적은 비용으로 게놈정보를 완전히 밝히겠다고 선언했다.

선언이 현실로 곧 나타나리라는 소문이 퍼져나갔다.

NIH와 셀레라는 협상을 했지만 깨졌다.

그 과정이 석연치 않다.

협상 논점이 상업적 활용에 한정한 독점권 인정기간이었지만 셀레라의 요구가 그렇게 무리한 것은 아니었다.

특히 공공목적의 연구용에 대해서는 합리적인 기준에 의하여 광범위한 접근을 허용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 사이 미국과 영국 두정상의 공동성명이 준비되고 있었다.

아직 연구가 완료되지도 않았는데 말이다.

이미 대부분을 특허출원해 놓은 상태에서 셀레라가 먼저 연구를 완료한다는 것은 NIH 입장에서는 상상하기조차 싫을 정도로 상처가 될 수 밖에 없었다.

또 다른 가능성은 미끼론이다.

생명공학분야에 대하여 미국이 기울였던 노력은 대단했다.

바이오분야는 미국의 포스트 정보기술이다.

NIH를 통한 미국의 엄청난 연구개발투자는 오늘날 미국을 이 분야 선두주자로 올려 놓았다.

생명공학산업의 규모는 130억달러 규모에서 2025년경에는 2조달러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게놈연구결과 공개는 각국의 실용화 투자경쟁으로 이어지고 시장확장의 폭과 속도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문제는 약 10만종류의 인간유전자중에서 100종류 정도만이 비즈니스에 직결되는 중요한 분야라는 시각에 주목해야 한다.

한때 무임승차론을 들먹이면서 타국을 비난했던 미국이다.

핵심적 유전자와 관련하여 자신감 없이 기초연구의 공유를 천명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기초연구 결과를 무기로 특정 선진국이 바이오 분야를 완전독점한다면 경제적 목적을 떠나 국제적 갈등을 불러 올 수 있다.

그러나 이제 기초정보를 공개하고 다같이 실용화에 나서자고 하였으니 경쟁의 결과로 나타나는 산업과 기술의 헤게모니에 대한 비난의 여지는 없어지게 된다.

이번 공동성명으로 바이오칩이 내려가야 되는 것이 아니라 상승했어야 했다는 주장이 나올 정도로 생명공학산업을 둘러싼 경쟁은 매우 가열될 것이다.

이미 일부 선진국의 독과점이 예견되고 있다.

우리 정부도 생명공학산업을 21세기 전략산업으로 집중지원할 것이라고 했다.

생명공학산업내(intra)어디에 특화할 것인지,어떻게 접근할 것인지 지혜의 결집이 절실하다.

안현실 전문위원 ahs@k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