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영자총협회가 최근 회원사들에 징계 감봉 등으로 고생하는 직원들을 사면하라고 권고한 적이 있다.

대화합의 차원에서 이른바 "사내 전과자"를 없애자는 주문이었다.

경총의 아이디어는 상당히 신선한 것으로 당시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경총 안이 나오기 전에 이미 이를 실행에 옮긴 기업이 있다.

현대상선이다.

김충식(55) 사장은 감봉 견책 등의 징계를 받았던 97명 임직원의 징계기록을 지난달 모두 없앴다.

무한경쟁시대를 맞아 직원 모두 신바람 나게 일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서였다.

물론 처음에는 회사내 기강이 무너진다며 반대하는 의견도 있었다.

그러나 그는 업무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회사 분위기를 바꿀 필요가 있다고 보았다.

"일순간의 잘못으로 결과가 나쁘게 나왔더라도 업무 수행과정에서 최선을 다했다면 그에 상응한 평가를 받아야 합니다"

직원 사면의 이면에는 최선을 다하라는 그의 메시지가 담겼던 셈이다.

그는 간부들과 수시로 토론을 갖는다.

지난 1월말엔 해외 지점장, 본사 간부들과 금강산을 다녀왔다.

21세기 비전을 세우기 위해서였다.

당시 금강산려관은 현대 임원들이 묵었던 사흘동안 토론 열기로 뜨거웠다고 한다.

김 사장은 일을 좋아한다.

그에게 있어 일은 삶 그 자체다.

등산 골프도 지난해 사장이 되면서 그만두었다.

운동이라곤 사무실에서 짬을 내 하는 스트레칭이 거의 전부다.

그런 탓인지 골프는 1백대 돌파가 힘겨운 지경이 됐다.

일벌레란 평을 듣는 김 사장도 자신의 스타일을 임원들에게 강요하지는 않는다.

"내가 하는 만큼 따라오라"는 얘기가 아니다.

동참을 이끌어내기 위한 수단이다.

김 사장은 회사 경영과 관련, 문득 문득 떠오르는 생각들을 사내 E메일에 수시로 띄운다.

생각을 서로 주고받기 위해서다.

그래야 자신도 회사도 그만큼 젊어진다고 믿기 때문이다.

오는 2010년 매출액 1백20억달러의 세계 유수 물류기업이 되기 위한 기반을 그는 찬찬히 닦아나가고 있다.

박주병 기자 jbpark@k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