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호 산업자원부 장관이 지난 13일 모처럼 기자들과 점심을 함께 했다.

김대중 대통령과 함께 열흘 남짓한 유럽순방을 끝낸 뒤여서 편한 마음으로 방문 성과를 설명하기 위한 자리였다.

김 장관은 이번 방문을 통해 중소기업 협력분야 등에서 큰 성과를 얻었다고 자부했다.

모나리자 한국 전시라는 뜻밖의 소득에도 기뻐하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표정은 그리 밝지 않았다.

현장에서 느낀 통상마찰이 예상보다 심각했기 때문이다.

김 장관은 "독일 산업장관은 장관 관용차를 BMW로 바꿀 것을 요청할 정도로 분위기가 좋지않다"고 털어놨다.

그는 이어 "통상마찰을 헤쳐나가기 위해선 전략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는게 아니냐"며 "일본의 경우 장관 관용차를 외국산으로 바꾼 전례가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그러나 소비자단체등의 반발을 고려할때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같다는 입장도 밝혔다.

첫 해외방문에서 예상외로 심각한 통상압력에 놀란 장관이 국익을 위해선 유연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지만 국내 여건때문에 그 생각을 접어둘 수밖에 없다는 얘기로 들렸다.

유럽과 미국은 지속적으로 자동차분야 무역불균형을 문제삼고 있다.

그네들은 한국정부가 외국산 자동차를 사는 소비자에 대해 눈에 보이진 않지만 어떤 불이익을 주고있다고 주장한다.

또 한국정부가 줄곧 말해온 것처럼 그같은 불이익이 없다면 정부 스스로 그것을 증명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장관 관용차의 수입차 교체는 외산차를 사더라도 불이익이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하나의 상징이 될것으로 그들은 믿고 있다.

물론 산자부 장관이 외제차를 타야 자동차 무역마찰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겠지만 절묘한 해법이 될수도 있다.

그러나 김 장관의 관용차 교체는 점심식사 자리에서의 이야깃거리로 지나가버렸다.

유연한 사고가 필요한 상황이지만 사회전반의 사고는 아직 경직돼 있기 때문이다.

통상압력이 날로 심화되는 현실을 볼때 안타깝다는 생각을 지우기 어렵다.

별다른 해법이 없는 마당에 주무부처 장관이 유연성을 접어버린다는게 누구에게도 도움이 될 것같지 않기 때문이다.

높은 현실의 벽때문에 설령 나중에 포기하는 일이 있더라도 일단은 주위를 설득하고 생각을 관철해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정면돌파로 극복할 수 있는 문제도 적지않기 때문이다.

경제부=김수언 기자 sookim@ k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