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에 대한 차별적 규제가 여전하다는 전국경제인연합회의 주장은 신중히 검토해 볼 가치가 있다.

현행 대기업 규제가 모두 불필요한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지만 최근들어 기업환경이 크게 바뀐데다 민간기업의 창의를 극대화시키는 것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는 점에서 과감한 규제개혁의 결단은 필수적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우선 기업규모가 크다는 이유로 특정 산업 또는 사업분야에 대한 진입을 금지하는 등의 직접적인 규제는 철폐돼야 마땅하다.

사실 대기업집단에 대한 우려는 계열기업간의 내부거래나 우월적 지위남용 가능성이지 덩치가 크다는 그 자체는 아닐 것이다.

특히 외환위기이후 대기업집단의 구조조정이 폭넓게 이뤄진데다 회계투명화 등 기업관련 제도의 개혁으로 과거와 같은 방만한 경영은 불가능하게 됐다는 점을 감안해 볼 때 주요규제대상인 기업투자나 자금운용,그리고 회사형태의 선택은 기업과 금융기관,주주등 그 이해당사자들이 자율적으로 해결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 공기업이나 외자기업에 대한 우대로 대기업들이 상대적으로 역차별 받는 사례는 시정돼야 한다.

외자유치를 위해 외국기업에 다소의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것은 이해한다 하더라도 대기업에 대해 차별적인 제약을 가하는 것은 국제경쟁을 어렵게하는 "발목잡기"와 다를바 없다.

현행 30대 대기업집단 지정제도 역시 문제가 많다.

30대기업그룹에 속하는 기업이라 하더라도 그 규모와 능력에 있어서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

예컨대 지난해 4월1일을 기준으로 1위인 현대와 30위인 삼양그룹의 자산규모를 비교해 보면 40 대 1에 가깝다.

그같은 격차에도 불구하고 동일한 규제를 부과하는 것은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

따라서 30대그룹지정제도는 폐지하거나 지정대상을 대폭 축소해야 한다.

현재 상위 5개그룹의 자산규모가 30대그룹 전체의 66%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어서 지정대상을 5대그룹으로 축소하더라도 정책목표를 달성하는데는 충분하다.

기업활동의 국경이 없어진지 오래다.

세계유수의 기업들이 합병이나 전략적 제휴를 통해 시장석권을 위한 몸집불리기에 여념이 없는 추세를 감안하더라도 기업규모나 소유주체에 따른 차별적 규제는 정비돼야 한다.

물론 대기업집단에서 나타나기 쉬운 내부거래 등 불공정거래 행위와 우월적 지위의 남용에 대해서는 철저히 차단해야 한다.

그러나 투자와 자금조달,그리고 사업진출 등 기업경영행위는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하는 것이 시장경제의 순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