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을 방문 중인 김대중 대통령이 "대한민국 정부는 북한이 경제적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는 준비가 돼 있다"며 이산가족 문제해결,남북특사 교환 등 4개항을 북한에 제의했다.

"베를린 선언"으로 불리는 이 제의가 크게 새로운 것은 아니다.

그러나 지구상에 유일한 한반도의 냉전체제를 끝내고 화해와 협력을 통해 평화공존을 이룩하려는 염원이 담겨진데다 독일 통일의 상징적 도시인 베를린에서 우리 대북정책의 기조를 천명했다는 사실이 왠지 예사롭지 않게 느껴진다.

베를린 선언의 핵심은 지금껏 정경분리 원칙에 따라 민간 차원의 경협에 머물러있는 남북협력의 범위를 정부 차원으로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식량난 해결과 사회간접자본 확충이 발등의 불처럼 화급한 북한에 우리의 도움은 큰 보탬이 될 것이다.

이런 사업은 대규모가 될 수밖에 없지만 남북간에는 투자보장 협정이나 이중과세 방지협정 등 제도적 장치가 갖춰지지 않아 아직은 불가능한 실정이다.

그동안 성사된 1백여건의 민간 경협이 모두 소소한 것도 바로 이런 제도가 미비한 탓이다.

경제협력의 범위를 넓히기 위해서라도 당국간 대화가 불가피해진 것이다.

그러나 우리 정부와의 대화를 기피해온 지금까지의 북한태도를 감안할 때 베를린 선언을 쉽게 받아들이지는 않을 것 같다.

반면 북한의 경제가 체제유지가 힘들 정도로 어렵고 우리 정부가 베를린 선언의 내용을 미리 북에 알려준 점 등으로 미루어 무언가 낙관적 기대를 품게 하는 것도 사실이다.

북한이 서방국가들과의 외교다변화를 추진하는 가운데 북미 고위급 회담 개최를 위한 준비회담이 열리고 있고,중국과 러시아와의 전통적 우호관계를 복원하려는 시점이라는 점도 이런 기대를 갖게 한다.

북한은 "화해와 협력의 정신으로 도와주려는 우리의 참뜻을 조금도 의심하지 말고" 적극 호응하기 바란다.

50여년이나 끌어온 남북한 문제를 우리 민족 스스로 풀 때도 되지 않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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