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벤처산업은 눈부신 성장을 이룩했다.

지난 98년까지만 해도 지금과 같은 벤처붐을 예상하는 사람은 드물었다.

최근 1년 사이 벤처기업의 수가 2배 이상 늘어나 5천여개에 이르고,
벤처캐피털과 기관투자가는 물론 개인 대기업 해외기업과 외국인 투자자들
까지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는 상황이다.

벤처투자조합의 결성잔액이 작년에 1조원을 넘어서면서 지난 87년 제도
도입 이후 최고 수준을 달성했다.

코스닥 시장의 거래량은 전년대비 42배, 거래 대금은 67배, 싯가총액은
13배로 폭증했다.

이같은 벤처붐은 80년대 이후 벤처기업들의 성공사례 축적, 정보통신 및
인터넷 산업의 급성장, 정부의 벤처기업 지원정책, IMF 위기 이후의
구조조정, 코스닥시장의 활성화 등이 서로 상승작용을 일으킨 결과다.

물론 벤처산업의 압축성장 과정에서 아직도 보완돼야 할 시장과 제도여건
들은 많다.

하지만 벤처관련 시장의 형성과 발달을 결코 과소평가해선 안될 것이다.

시장형성의 초기 단계에서 해야 할 벤처캐피털의 활성화, 투자자 및
벤처기업에 대한 인센티브 제공 등 벤처관련 주체들의 활동을 활성화시키기
위한 정부의 역할은 잘 완수됐다.

따라서 정부는 투자 융자 조세감면 위주의 직접지원은 빨리 줄이고
벤처산업의 자생력 배양을 위해 정부역할을 시장에 이양하는 것을 서둘러야
한다.

그 시기는 "벤처육성을 위한 특별조치법"의 시한이 만료되는 2007년보다
앞당기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정부지원이 과도할 경우 부실 벤처기업을 가려내는 시장기능을 오히려
저해하게 된다.

벤처기업들이 기술혁신과 경영실적보다는 코스닥 등록과 증자를 통한
자본이득을 우선시하고 투자자들은 벤처투자의 위험을 과소 평가하는
도덕적 해이( moral hazard )에 빠질 수 있다.

벤처기업의 경우 코스닥 등록요건이 여타 기업에 비해 현저하게 쉽도록 돼
있는 제도를 악용하려는 소위 "무늬만 벤처기업"이 속출하고 있는 것은 벤처
기업 지정제도가 가진 부작용의 일부에 불과하다.

정부주도의 산업화 과정에서 재벌과 부실이 함께 성장해 왔던 사실과 그로
인해 겪어야 했던 사회적 경제적 고통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정부는 벤처지원 시책이 단기간에 가시적 성과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벤처버블 현상이 초래됐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에 귀 기울여야 한다.

현재 한국 벤처기업의 핵심역량에 관한 객관적인 분석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기업이 세계시장과 선진기술에 접목을 시도하는 것이 현재 혹은
미래의 경쟁력 배양과 관련이 있다는 점에 착안해서 추론해보면 국제
경쟁력이 있는 벤처기업의 비중이 높다고 보기는 어렵다.

왜냐하면 작년 중소기업청이 실시한 벤처기업에 대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수출, 해외지사 설립, 해외 연구소 설립 등 어떤 형태로도 해외진출을 하지
않고 있는 벤처기업이 전체의 46%에 이르고 있기 때문이다.

코스닥시장과 벤처캐피털 산업이 작년과 같은 활황을 계속하리라는 보장은
없다.

현재의 벤처붐은 앞으로 수 차례의 조정과정을 거치면서 일부 벤처기업들은
중견기업으로 성장해갈 것이다.

그러나 부실 벤처기업들은 퇴출될 수밖에 없다.

또 기술력있는 벤처기업들은 신기술을 제품화한 후 본격 양산단계에
들어가기 전에 사업을 매각하고 새로운 분야로 진출하기도 할 것이다.

아이디어와 기술을 제품화한 다음에는 매각하거나 선진기업과 제휴하는
것이 유리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미 탄생한 벤처기업이 성장 발전해 나가는 것은 기업의 몫이다.

정부는 아직 탄생하지 않은 미래의 벤처기업을 위한 토양을 조성하는 것이
임무다.

산업구조변화에 부응한 지식인력의 양성 및 공급이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대학 개혁을 포함한 내실 있는 교육개혁을 추진하고 인력의 재훈련과
평생교육을 강화하는 것이 향후 벤처정책의 중요한 과제다.

또 벤처의 배태조직이자 지식인력의 공급원천인 대학과 연구소의 능력배양을
위한 투자를 확대하고 기초과학연구와 원천기술개발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한편 시장이 효율적인 자원배분 메커니즘으로서 제 기능을 다할 수 있도록
제도정비와 조직혁신을 지속해 나가는 것도 정부의 몫이다.

공시제도 강화를 통한 기업정보의 투명한 공개 및 확산, 시세조종 등
불공정 거래에 대한 감시감독 강화, 건전한 기업위주의 시장조성을 위한
등록제도 개선, 코스닥시장의 전산기능 확충, 투자펀드간 방화벽 부재에
의한 이해상충 문제 해소를 위한 제도마련 등도 정부의 과제로 여전히 남아
있다.

< ssm@kdiux.kdi.re.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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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자 약력

=<>서울대 경제학과
<>미국 예일대 경제학박사
<>저서:기술혁신의 경제분석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3월 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