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재상 미래에셋자산운용 상무의 하루 일과는 오전 6시에 시작된다.

일어나기 무섭게 챙기는 것은 조간신문.

한국경제신문을 비롯 일간지를 빠르게 훑는다.

우선 눈이 가는 것은 거시경제 흐름과 종목 관련 기사.

하루의 투자전략에 도움을 받기 위해서다.

구 상무 스스로 개발한 맨손체조와 식사를 마치고 오전 6시50분.

부리나케 차에 오른다.

오전 7시10분이면 회사(서울 여의도)에 도착한다.

회사에서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세계 증시를 체크하는 일이다.

인터넷을 통해 미국 주가를 스크린한다.

요즘 먼저 눈이 가는 것은 나스닥 주가.

"한국 주가가 미국 주가에 동조화되다 보니 당연한 일과"라고 한다.

이때 빼놓지 않고 챙기는 것이 종목 움직임이다.

어떤 업종과 어떤 종목이 오르고 내렸는지를 꼼꼼히 챙긴다.

유럽 등 세계 증시의 흐름마저 읽고 전날의 펀드수익률을 챙기고 나면
오전 8시.

이때부터 운용1본부 펀드매니저 15명과 "작전 회의"를 갖는다.

세계 증시 움직임에서부터 증시 재료, 담당 펀드의 포트폴리오, 특이 종목,
전날 기업탐방 결과 등의 내용이 빠르게 오간다.

이 회의에서 그 날의 투자전략이 대개 정해진다.

매수 및 매도 종목도 이때 결정된다고 한다.

회의를 마친 뒤에는 곧바로 시장에 뛰어든다.

동시호가 상황과 외국계 증권사의 주문동향을 살핀다.

"하루의 매매방향은 이때 90%가 결정된다"는게 구 상무의 고백이다.

증시가 개장되면 장이 끝날 때까지 자리를 뜨는 법이 없다.

점심식사도 햄버거나 도시락으로 안에서 해결한다.

갈수록 중요해지는 코스닥시장이 점심시간에도 열리고 있는 만큼 점심을
먹기 위해 장을 벗어나는 것은 투자자에 대한 책임 방기라는 생각에서다.

오후 3시면 폐장.

눈도 침침하고 머리도 멍해지는 시간이다.

그날 매매의 체결 여부와 펀드수익률을 확인하기 무섭게 기업 및 애널리스트
들이 몰려든다.

기업설명회라는 이름으로 "종목 세일"을 하기 위해서다.

구 상무는 최근엔 이 자리를 애써 피한다.

대신 1주일에 세번은 기업체를 직접 방문한다.

최근 운용을 시작한 "하이일드벤처펀드"와 "드림파이오니아펀드"가 이들
종목을 편입하기 때문이다.

"한번 기업을 직접 탐방하는 것이 설명회 열번보다 낫다"는게 구 상무의
소신이다.

기업 탐방을 마치면 오후 7시 전후.

이때부터는 일과 관련한 손님을 만나야 한다.

저녁식사는 밤 11시 전후까지 이어지기 일쑤지만 구 상무에겐 한가지 철칙이
있다.

금요일 외에는 절대 술을 마시지 않는다는 것.

다음날 시장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연봉에 대해서 구 상무는 "밝힐 수는 없지만 업계 최고 수준"이라고 귀띔
한다.

축 처진 몸으로 집에 들어가면 자정이 넘는게 보통이다.

"그 뒤론 그냥 잔다. 다음날도 장이 열리니까"

구 상무의 말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3월 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