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니컴퓨터엔터테인먼트(SCE)사장 구다라기 겐이 1992년 플레이스테이션(PS)
개발안을 내놓았을 때 경영진은 결사 반대했다.

소니는 장난감회사가 아니라는 이유에서였다.

PS개발이 본격화된 건 93년 사내벤처 형식으로 SCE가 출범한 뒤부터였다.

지난주 발매된 PS2가 돌풍을 일으키면서 세계 디지털제품 시장에 가정용
비디오게임기 전쟁이 일어날 전망이다.

마이크로소프트(MS)가 PS2에 필적할 "X박스"를 내놓겠다고 나선 게 그
포고다.

MS의 게임기시장 진출은 "PS2"가 자신들이 선점해온 PC용 소프트웨어 시장을
잠식할지도 모른다는 위기감때문으로 여겨진다.

실제로 PS2는 단순한 게임기가 아니라 PC와 AV(오디오 비디오)기능을 곁들인
통합디지털미디어로 개발됐다.

3차원영상게임은 물론 컴퓨터 통신 DVD(디지털비디오디스크) 재생까지
가능하다.

이 때문에 미국과 일본이 치열하게 경쟁중인 가정 네트워크화의 선두주자로
기대되면서 디지털시장의 "트로이목마"라는 얘기까지 나왔다.

따라서 이를 방치했다간 포스트PC시대의 SW시장을 빼앗길 수도 있다는
생각이 빌 게이츠의 결단을 불렀다는 것이다.

여기에 세가 또한 지난해 9월부터 북미지역에 인터넷기능을 첨가한
드림캐스트를 시판, 가정용게임기 시장에 도전장을 냈다.

국내업체들도 비디오게임기 판매전에 뛰어들었다.

삼성전자가 자체개발한 DVD게임기 "엑스티바"를 3월말 미국시장에 먼저
선보인 다음 6월께 국내시판하고, 현대세가엔터테인먼트는 드림캐스트를
5월부터 판매할 예정이다.

게임시장의 규모는 영화와 음반시장을 합친 것보다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게임기전쟁은 게임CD를 비롯한 소프트웨어 판매전의 서곡일 뿐이다.

DDR가 한동안 뜸하던 PS의 판매를 촉진시킨 것처럼 소프트웨어가 하드웨어
시장을 창출하는게 디지털의 세계다.

국내게임은 그래픽이나 프로그래밍은 괜찮은데 기획력이 떨어진다고들 한다.

PS2나 X박스에 놀라기만 할 게 아니라 이를 능가할 게임기와 창의적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할 때다.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3월 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