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컴'' 세대는 펜으로 글 잘 쓸까? ]

이달말께 미국 매사추세츠주 웰리스리라는 한 공립학교에서는 2시간 정도의
특별한 시험이 있을 예정이다.

1백50명의 이 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특정한 주제를 제시한 뒤 에세이를
쓰도록 하는 것이다.

재미있는 것은 일부 학생은 컴퓨터 자판을 이용해 글을 쓰도록 하고 나머지
학생들은 펜과 종이로 글을 쓰게 한다는 점이다.

물론 이 시험은 정규 학교 성적에 반영되지는 않는다.

펜을 이용한 글쓰기보다 컴퓨터에 훨씬 익숙한 사이버세대 학생들이 과연
컴퓨터 없이도 글을 제대로 쓸 수 있는지 테스트해 보자는 것이 이 시험의
목적이다.

급속하게 발전하고 있는 정보기술의 충격이 학생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측정해 보자는 것이다.

이와 함께 최소한의 학교교육이 요구하는 표준을 만족시킬 수 있는가에
대한 테스트도 포함돼 있다.

시험에 필요한 예산은 전액 매사추세츠 교육청에서 부담한다.

펜을 이용한 글쓰기보다 컴퓨터를 선호하는 이 학교의 감독관 매튜 킹
교사는 "만약 내가 연필로 글쓰기를 해야 하는 입장에 처하게 된다면 아마도
큰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며 "내가 이 정도인데 어릴 때부터 컴퓨터와 친숙
하게 성장해온 세대들이 펜과 종이로 글을 쓴다는 것이 어떨지는 쉽게 상상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미국에서는 대략 48개주에서 이같은 시험을 시행하고 있으며 이 시험의
비중을 높게 잡고 있다.

시험을 시행한 학교들은 시험결과를 진학을 위한 심사자료로 활용하거나
학교교육이 제대로 이행되고 있는지에 대한 참고자료로 활용할 계획이다.

시험감독관들이 전하는 바에 따르면 컴퓨터 사용에 익숙한 많은 학생들은
펜과 종이만으로 에세이를 작성했을 때가 컴퓨터 자판을 이용했을 때보다
작문의 완성도가 현격하게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웰리스리 학교의 교사 마이클 K 러셀은 "지난 97년 이후 학생들을
상대로 이같은 시험을 몇 차례 치러 봤지만 컴퓨터 키보드에 익숙한 학생들은
대부분 펜과 종이를 지급하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고 말했다.

러셀을 포함한 이 학교 교사들은 그렇다면 펜과 종이가 아닌 컴퓨터만을
사용했을 때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하는지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다.

이미 시행한 시험을 통해 그들은 몇 가지 사실들을 알아냈다.

우선 작문시 펜을 쓸 것인지, 컴퓨터를 사용할 것인지 선택권이 주어졌을
때 학생들은 무엇을 선택해야 할지 정확하게 판단을 내리지 못한다는 점이다.

러셀은 이에 대해 "실험에 참가한 일부 학생들은 타이핑 속도가 느린데도
불구하고 단지 컴퓨터를 사용하는 것이 재미있기 때문에 키보드 쓰기를
선택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고 밝혔다.

"디지털 기술의 발달과 컴퓨터의 보편화로 글쓰기 능력이 현저히 떨어지고
있는 학생들에게 펜과 종이라는 아날로그 기구들을 이용, 글쓰기 능력을
함양시키자는 것이 이 시험의 의도"라고 이 학교 관계자는 덧붙였다.

< 김재창 기자 charm@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3월 7일자 ).